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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러브 라이즈 블리딩>, 땀과 근육,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으로 각성하는 퀴어 로맨스
김소미 2024-07-10

1989년, 뉴멕시코주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앨버커키. 루(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메리칸드림 대신 폭력의 굴레만이 남겨진 작은 마을에서 살아간다. 체육관 매니저로 일하는 루의 축축한 내면은 곧잘 아버지의 업보에 고통받는 데 쓰인다. 총기 사격장 주인인 랭스턴(에드 해리스)은 국경지대를 넘나드는 무기 밀매상으로, 정적들을 살해한 뒤 협곡 사이에 묻어버리는 사막의 지배자다. 한편 라스베이거스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하려고 마을에 들른 보디빌더 재키(케이티 M. 오브라이언)는 체육관에서 루를 만나 금세 사랑에 빠진다. 공짜 스테로이드주사를 사랑의 촉매제로 삼은 둘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중독되고, 들끓는 아드레날린에 심취한 재키는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루의 언니를 위해 가혹한 응징에 나선다. 졸지에 범죄자가 된 여자들은 이제 짐을 챙겨 떠나야만 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출연하는 섹시한 레즈비언 영화로 오해받을 만하지만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첫인상보다 훨씬 기이한 여정을 거듭한다. 험악한 누아르를 고수하고, 부분적으로는 데이비드 크로넌버그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미장센을 구사하며, 마침내 <걸리버 여행기> 스타일의 판타지까지 나아가는 이 독특한 퀴어 로맨스의 재미는 걷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스테로이드를 과다 복용한 보디빌더의 제어되지 않는 폭력성에 의지해 내러티브와 캐릭터 모두 폭발하듯 튀어오른다. 잔인한 폭력이 거듭될수록 사랑에는 활기가 감도는 아이러니가 주인공들만큼 관객의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분명 드문 체험을 안기는 영화다. 근육질의 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완성한 로즈 글래스 감독은 전작 <세인트 모드>에 이어 스타일의 과잉이 유효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젊은 감독으로 기억될 것이다. 모든 폭력과 죽음은 노골적으로 양식화되어 있고 사막 위의 생명체와 기물들은 종종 종교화적인 색채마저 띤다. 매력적인 장르의 변용과 스타일리시한 표피 아래 도사린 주제적, 심리적 텍스트도 흥미롭다. 영국 감독으로서 1980년대 미국을 하나의 합성적인 상상물로 만들어낸 로즈 글래스 감독은 당대의 시공간에서 실제로는 지워졌을 법한 여성들을 반영웅화해 전면에 내세운다. 레즈비언 스토리를 초월적인 모험담으로 확장해낸 재능도 눈여겨볼 만하다. 절망적인 사랑을 뜻하는 제목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기독교적으로 바라볼 때, 커뮤니티가 인정하지 않는 사랑을 지속하는 두 주인공은 스스로 연옥의 하늘을 날아가거나 협곡의 지옥에 처박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마침내 해방에 이른다.

무엇보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통해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대한 섬세한 평가를 요청하는 목소리들이 늘어날 듯싶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냉정하고 때로 엄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절제된 에너지와 불쑥 돌출하는 기발한 표현력을 충돌시키면서 캐릭터의 강인함과 낭만성, 잠재된 정체성의 저력을 생생하게 대변한다. 7월4일 개막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클로즈업

로맨틱한 청춘의 퀴어 무비이기를 거부한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시작부터 관객의 ‘비위’에 도전한다. 영화는 꽉 막혀 오염된 변기 안을 헤집는 루의 손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곧 앞으로 영화 내내 이어질 흐르는 땀과 피, 훅 끼치는 체취, 살인과 섹스가 남긴 더러운 흔적들에 대한 악취미적 예고다.

<델마와 루이스>

<델마와 루이스>

폭력적인 남성성에 응징을 가하고 도망치는 두 여자의 구도는 일찍이 <델마와 루이스>의 수전 서랜던, 그리고 지나 데이비스에게 주어졌다. <델마와 루이스>가 억압당하던 여성 인물들이 추격당하는 범죄자들로 탈바꿈한 뒤 펼쳐지는 사막의 로드무비라면,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가부장제로부터 탈출하는 레즈비언들의 초현실적인 모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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