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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렌치 수프’, 음식, 사랑, 영화가 황홀해지려면 필요한 것. ‘시간’을 요리하는 탁월함으로
김소미 2024-06-19

미식가인 도댕 부팡(브누아 마지멜)과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는 침실보다 부엌에서 더 많은 사랑을 나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목가적인 전원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은 지난 20년간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껴왔지만 도댕의 오랜 구애와 청혼에도 불구하고 외제니는 절제된 관계를 원한다. 트란 안 훙의 로맨스는 이 관계를 실패로 비추지 않고 절묘한 긴장을 유지한 재료의 배합처럼 우아한 공존으로 그려낸다. <프렌치 수프>에서 한번의 식사는 곧 사랑의 생애다. 준비를 위해 필요한 오랜 노동과 섬세함, 마침내 찾아오는 황홀한 만족,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떠나야 하는 식탁의 아쉬움과 쓸쓸함이 담긴다. 그러니 이 영화가 요리의 기쁨에 관해 다룬다고 말하긴 애석하다. 영원하지 않다 못해 찰나일 줄 알면서도 투신하는 인간, 예술가, 연인의 숙명이 <프렌치 수프>의 율동하는 카메라가 좇는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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