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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포스터의 <패닉룸>
2002-06-14

<세븐>과 <파이트 클럽>의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한 〈패닉 룸〉이 21일 개봉한다. ‘패닉 룸’이란 외부인의 침입 등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비할 수 있는 집 안의 안전공간이다. 견고한 철강과 콘크리트로 지어져 총기 공격으로도 뚫을 수 없는 곳이다. 집안 곳곳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폐쇄회로 카메라의 화면이 집중돼 있고, 환기시설과 별도의 전화선, 금고, 소형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다. 남편과 막 이혼한 멕 앨트먼(조디 포스터)은 딸 새러(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살 집을 새로 구한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멕을 만족시킨 집은 뉴욕 맨해튼 주택가에 있는 19세기형 3층짜리 저택이다. 장애인이자 엄청난 재력가였던 전주인이 마련해둔 엘리베이터와 패닉 룸이 이 집의 특징이다. 연극 초반에 권총이 비치면 후반에 반드시 방아쇠를 당길 일이 벌어진다는 건 드라마의 기본. 일정보다 조금 앞당겨 새 집으로 이사온 멕에겐 첫날 밤 패닉 룸으로 피신할 일이 닥친다.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돈이 많았던 전주인은 알려진 재산 이외에도 거금을 패닉 룸의 금고 안에 숨겨둔 채 세상을 떠나버렸다. 이 사실을 혼자 알고 있는 손자 주니어(야레드 레토)는 이것을 독차지하기 위해 패닉 룸을 설계한 보안업체 직원 버냄(포레스트 휘태커)과 킬러 라울(드와이드 요아킴)을 대동하고 침입한다. 빈집인 줄 알았던 이들은 패닉 룸으로 대피한 멕의 저항에 부닥친다. 견고한 성채로 피신한 나약한 두 여자와 이 철옹성을 뚫으려는 세 남자 사이의 대결이 긴장감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육중한 저택의 음산한 분위기를 부추기는 청회색 톤의 화면은 숨은 자의 불안함과 침입자의 초조함을 잘 드러낸다. 속도감과 정밀함이라는 두 토끼를 다 잡으려는 듯한 카메라는 단순한 줄거리에 박진감을 더해준다. 그러나 화면의 질감과 카메라워크만으로 이야기의 허술함을 가리긴 힘들어 보인다. 탈취극의 주동자 주니어는 그런 계획을 세웠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몰락을 자초하는 행동과 발언으로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