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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탐정 말로’, 아일랜드 듀오는 더 나은 걸 해야 하는데
남지우 2024-03-20

1939년 캘리포니아 베이시티. 밀회를 약속하고 사라진 애인을 찾는 부유한 상속녀 클레어 케빈디시(디아네 크루거)가 탐정 말로(리암 니슨)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회원제 클럽 근처에서 차에 치여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애인 니코 피터슨(프랑수아 아르노)의 생존을 주장하는 그녀. 탐문을 시작한 말로는 스튜디오 사장, 영화배우, 클럽 소유주와 멕시코 마약왕 등 할리우드의 거물들과 차례로 엮이며 대도시가 품은 비밀과 가까워진다. 미국의 추리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손에서 탄생한 필립 말로는 영국의 셜록 홈스와 함께 현대 영문학의 탐정 이미지를 양분하는 캐릭터다. 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할리우드영화에 꾸준히 등장해온 하드보일드 신사가 닐 조던-리암 니슨이라는 아일랜드 듀오에 의해 리부트됐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디파티드>의 각본을 쓴 윌리엄 모너핸은 흥미로운 인물을 다수 등장시키면서도 그들 사이를 응집력 있는 이야기로 꿰매는 데엔 실패한다. 남는 것은 배경이다. 1940년대 스튜디오 시스템이 자리 잡기 시작한 할리우드 드림이 대공황 이후의 경제성장, 석유산업, 금주령이 해제된 미국인의 흥분과 함께 뒤엉킨다. 이 역시 근작인 <바빌론>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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