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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갓 쓴 검객의 아우라, 배우 배두나
김소미 2023-12-29

모종의 사연으로 두팔을 잃고 기계인간이 된 네메시스는 뜨겁게 달궈지는 광선 검을 양손으로 휘두르며 우주의 저승사자처럼 어두컴컴한 기운을 내뿜는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그는 극악무도한 크리처들과도 감정을 나누고 대화를 시도하는 영험한 무당 같기도 한 깊은 내면의 소유자이며, 배두나에 따르면 <레벨 문 파트2>에 이르러 잃어버린 아이들에 얽힌 비통한 모성 역시 구체적으로 드러낼 예정이다.

- 최근 영화 필모그래피로는 <다음 소희> <브로커>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리얼리즘 영화의 구심점을 맡아왔는데 오랜만에 할리우드 작업을 재개했다. 한창 <레벨 문>을 찍을 때 칸에서 두 영화가 상영되고 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의 시간이었는지 궁금하다.

= <다음 소희> 촬영을 마친 바로 다음날 출국했다. 내게 작품을 결정하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전 작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인 것 같다. 사회적인 의식과 목소리가 강력한 저예산 영화의 바로 다음 순서였기 때문에 <레벨 문>이라는 제안에 더 끌렸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의도라기보다는 그저 끌림에 가깝다. 가보지 못한 곳, 더 넓은 세상에 가서 몸을 쓰는 일로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받는 작업을 오랜만에 해보고 싶었다. <센스8> 이후 처음이니까 5년도 훌쩍 넘은 셈이다. 액션이 곧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르물에서 일하는 것이 여러모로 환기가 됐다. 아주 밀도 높은 운동과 식이조절의 시간을 거쳤고 검술에 필요한 스턴트트레이닝,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나름대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어떤 면에서는 타국에서 다소 외롭게 내 정신을 가다듬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그동안 가족 같은 분위기로 내가 너무나 재미있게 일을 했구나, 새삼 아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웃음)

- 거미 괴물과 싸우는 네메시스의 첫 전투 장면에 영화가 긴 시간을 할애한다. 인물의 특징적인 액션만큼 정서적인 측면도 부각되는 중요한 등장 신인데 어떻게 준비했나.

= 데뷔 이후 언제나 배역의 감정에 몰입하고 그것을 다루는 일은 끊임없이 훈련을 해왔지만, 그에 비하면 몸을 쓰는 일은 여전히 낯설다. 아무리 양궁 선수(<괴물>)와 탁구 선수(<코리아>)를 연기했대도 말이다. 긴 첫 전투 신은 이 인물을 개괄하는 인트로덕션 장면이기에 그녀의 강인함, 냉정함, 따뜻함, 그리고 상처까지 한신에서 보여주어야 할 것이 많았다. 어떻게 다른 엄마(거미 괴물)를 이해하면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왜 아이와 약자를 보호하려는지, 특히 네메시스의 모성이 엿보여야 했다. 사실 내게는 이런 네메시스의 내면과 접속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고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액션에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하루라도 허투루 쓰지 말고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발전시켜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 국내 관객은 물론 시리즈 <킹덤>을 본 글로벌 시청자들이라면 네메시스의 모자를 보고 전통 의상인 갓을 떠올릴 것이다. 남성 복식인데 <레벨 문 파트1>에서는 여성인 네메시스가 입었다.

= 시나리오에는 커다란 모자 정도로만 표현되어 있어서 책을 읽을 때 나조차도 갓을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 의상 피팅을 하는 날 이미 제작이 완료된 갓이 분장실에 놓여져 있었다. 놀라운 한편 처음엔 ‘여자가 써도 되나?’ 걱정했다. 조선 시대 남자 선비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내게도 어떤 식의 고정관념이 작동한 거였다. 이런 생각을 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던 것이 기억난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스페이스오페라의 틀을 빌려 의상의 지평을 신선하게 확장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 이후로 오히려 신이 났다. 갓은 물론 저고리를 개량한 네메시스의 의상이 내 정체성과 함께하면서 나 자신이 누구인지 상기시켜주고, 나아가서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까지 받았다. 해외 촬영의 효과다. (웃음) 액션 장면에선 갓이 자꾸만 흘러 내려서 의외로 애를 먹기도 했는데, 결국 전투할 때는 갓을 벗는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네메시스는 적이 등장하면 갓을 이렇게 (우아한 포즈를 직접 보여주며) 벗어서 누구든 옆에 있는 사람에게 넘기고 싸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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