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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주얼의 시작은 조명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
김소미 2023-12-29

오랜 취향과 염원의 집대성인 작품을 내놓은 만큼 잭 스나이더의 표정은 후련해 보였다. <스타워즈> 팬보이의 정체성에서 시작된 20여년 전의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는 종의 수로는 약 50~60종에 이르는 크리처, 12개의 서로 다른 행성과 문화를 구현해 극적인 혼종을 완성했다.

- 스페이스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 코라의 마을을 지킬 전사들을 찾으러 다닐 때 여러 다른 행성으로 가서 전사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컨셉이었다. 마더월드에 대항하고자 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들 모두 확실히 구별되는 각자의 문화, 또 각자의 문제를 가진 이들이다. 전설 속의 타이투스 장군(자이먼 운수)은 망명지 폴룩스의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링에서 싸우고 있고 타라크(스타즈 네어)는 (왕족 혈통의 신분을 숨긴 채) 뉴와디 행성에서 목장주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일하고 있다. 행성의 어떤 세계로 가든지 그것은 우리가 있었던 세계와는 다른 이국적이고 이질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다른 세계에 착륙하는 것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일의 철학적인 본질이기 때문이다.

- 잭 스나이더 액션의 인장 중 하나인 슬로모션 사용에 있어 이번 작품에선 어떻게 접근했나.

= 이번에도 슬로모션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만 슬로모션을 특정하게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항상 직관적으로, 그리고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려고 한다. 이 영화에도 많은 전투가 나오는데 슬로모션이 작품의 DNA와 잘 맞겠다고 판단했다.

- <아미 오브 더 데드>에 이어 넷플릭스와 두 번째 작품인데, 이번에도 연출뿐 아니라 촬영감독을 겸업했다. 감독이 원하는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현장의 모든 요소를 어떻게 장악하나. 그러기 위해 중시하는 준비 단계는 무엇인가.

= 각각의 세트 촬영에 맞는 조명을 사전에 디자인하는 일이 매우 광범위하고 어려운 작업이자 가장 공들이는 일이다. 가령 프로덕션 디자이너와는 촬영할 공간이 우주선이라면 그에 맞는 조광기의 위치를 상의한다. 우주선 복도에는 확실히 밝은 조명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을 함께 내리는 것이다. 액션감독과는 코라가 달리고 멈추는 액션의 동선을 고려하고, 코라가 복도의 어느 지점 즈음에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볼지 미리 상의한 다음 그것이 다시 조명의 설계에 반영되도록 한다. 촬영이 이뤄지기 최소 6개월 전에는 정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은 되진 않았다. 조금씩 바뀌었지만 격투 장면을 위해 각각의 조명을 제대로 디자인하려고 노력했다. 개퍼, 그립, 전기 부서 등 모두의 훌륭한 협업의 결과물이다.

-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목소리를 연기한 로봇 캐릭터 지미의 개인적인 기원은? <레벨 문 파트2>에서 정체가 더 자세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내가 <엑스칼리버>(감독 존 부어먼, 1981)의 열렬한 팬이라는 점이 실존적인 고민으로 신음하는 기사 캐릭터를 만들게 했다. 신은 죽었고 이 세계는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깨지고 부서진 인물이랄까. 놀라운 로봇 전사이지만 이 캐릭터가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는 내면의 흥미로운 딜레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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