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없을 결과다. 올해 최대 규모, 최대 흥행의 시리즈 <무빙>을 진두지휘한 박인제 감독이 시리즈 부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한 시리즈에 학원 로맨스, 가족 드라마, 첩보 멜로, 조폭 멜로, 휴먼 드라마, 초능력 배틀물이 종합 선물 세트처럼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연출의 힘”(김선영)임이 분명했다. 20부작 OTT 시리즈란 전례 없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꿰맨 균형감이 돋보인 것이다. “<무빙>의 장대한 이야기, 넘치는 감정, 그리고 다수 인물의 벡터를 정리한 천의무봉의 성취”(이우빈)는 “인물 한명 한명의 서사에 다양한 장르적 색채를 부여해 모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김선영) 만든 결과였다. 그야말로 “<무빙> 속 캐릭터들의 초능력 버금가는 솜씨” (정재현)였다. 장르적 색채를 짙게 가미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단점도 명쾌히 상쇄했다. “시대물이자 초능력물인 작품이기에 유치하게 보일 수 있었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좋은 연출로 무리 없이 합쳐냈다. 봉석이와 두식이가 하늘을 나는 장면이 억지스럽지 않은 것만으로 높은 평가”(박현주)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었다.
위의 찬사 모두는 박인제 감독이 뚜렷하게 의도한 지점들이다. 수상 소식을 접한 박인제 감독은 “20부작 시리즈를 다 챙겨 보기가 무척 어려운 시대다. 나도 <로스트>가 마지막으로 본 긴 호흡의 드라마였던 것 같다”라고 운을 떼며 “20부작 동안 여러 시대, 장르, 인물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분명히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렇기에 이야기 전체를 가족이라는 매개로 묶으며 끝까지 관객들을 붙잡는 것이 최대 목표였고, 성과도 나쁘지 않아 기뻤다”라고 <무빙>의 성취를 종합했다. 선함에 대한 믿음과 가족의 사랑이란 강풀 작가의 지고지순한 감성에 대해선 “최근엔 쿨한 감성의 작품이 많다. 다소 촌스러울 수도 있는 <무빙>의 감정이 오히려 요즘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안긴 것 같다”라고 밝혔다. <무빙>의 유려한 드라마타이즈뿐 아니라 여러 초능력 장면을 구현한 탁월한 기술력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7화 후반부, 봉석이의 비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촬영, CG, 무술, 음악, 배우 등 각 분야의 기술이 응축된 순간이었다.” 끝으로 그는 “내 이름만 내보내는 건 조금 부끄럽다. B유닛 연출을 맡은 박윤서 감독, 이성규 VFX 총괄 슈퍼바이저 등 수많은 제작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20부작이었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란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