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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가 속한 세계를 그릴 때의 해방감이란!, ‘아시안 라이징 파워 인 할리우드’ 토크 참여한 아델 림 감독
정재현 2023-11-30

<라이프 온 마스> 등에 참여하며 미국 TV드라마 작가 겸 프로듀서로 오랫동안 활약해온 아델 림 감독은, 할리우드 아시안 웨이브의 서막을 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과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의 각본을 쓰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 초 결함투성이인 20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그린 <조이 라이드>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까지 마친 아델 림 감독이 TCCF 인더스트리 섹션의 토크 프로그램 ‘아시안 라이징 파워 인 할리우드’의 연사로 참여해 현재 할리우드에서 아시안 스토리텔링이 가진 위상을 들려주었다. 아델 림 감독과 단독으로 만나 나눈 대화를 전한다.

- 한국 콘텐츠를 포함한 아시아 문화의 달라진 위상을 현지에서 체감하나.

= 지금껏 할리우드에서 영화와 TV 드라마를 쓰고 제작해오며 한국 드라마를 각색해보자는 시도를 제안받기도, 제안하기도 했다. 근래 들어 수많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소구점을 읽고 한국 콘텐츠의 전세계적 소비 양상을 분석하는 추세다. 이 현상은 단순히 뛰어난 한국인 개개인이 만들어낸 한류 현상으로만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관객에게 감성적인 울림을 선사할 수 있는 아시아의 영화와 드라마들이 수차례 그들의 저력을 증명해가고 있다. 아시안 스토리텔링이 할리우드에서 중심을 이루고 조명받는 일, 환상적이지 않나?

- 감독 데뷔작인 <조이 라이드>를 만들 당시 제작자와 투자자들에게 여성적 시선(Female gaze)과 아시안적 시선(Asian gaze)을 동시에 견지하는 스토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어떻게 설득했나.

= <조이 라이드>는 우리 자신(작품의 두 공동 작가 또한 아시아계 여성들이다.-편집자)을 위해 쓴 이야기다. 할리우드영화에서 관습적으로 묘사되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의 전형을 탈피한 아시안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다행히 제작사 포인트 그레이 픽처스는 <조이 라이드>를 과장된 이야기라 여기지 않았고, 영화가 구사하는 고수위의 유머를 덜어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자란 유년기에 홍콩영화를 많이 봤다. 그래서 나는 아시안 남성을 주인공으로, 영웅으로, 혹은 로맨스와 욕망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백인들은 아시안 남성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아들은 미국에서 자라고 있다. 나는 내 아들이 인종을 근거로 주변 남성들에 비해 열화된 존재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라길 원치 않는다. 성적 매력이 다분한 아시안 남성 캐릭터 한명을 등장시키는 일이 미봉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같은 시도가 충족시키는 통쾌함도 있다.

- 미디어 내 소수자 재현 이슈엔 언제나 당사자성의 문제가 결부된다.

= 미국 내 소수자들은 종종 인종 카테고리로 분류되고 싶지 않아 오히려 당사자적 이슈를 발화하길 꺼리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나 또한 ‘여성’ 작가, ‘아시안’ 스토리텔러로 특정되지 않는 날을 꿈꾼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보편적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나와 전혀 닮지 않은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보냈다. 앞으로도 아시아계 여성 이민자들의 이야기만 전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비로소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하게 됐을 때, 내가 속한 세계의 이야기를 전세계에 공유하게 됐을 때 느꼈던 해방감과 즐거움을 생생히 기억한다. 백인 작가들은 이 기분을 항상 느끼지 않았겠나. 아시안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은 아시안의 역사를 축적하는 일이며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차원을 만드는 일이다. 이제 막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젊은 아시아계 미국인 창작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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