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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확장 가능성이 풍부한 원천 IP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백민정 스마일게이트 IP 사업총괄 상무
정재현 사진 오계옥 2023-11-10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스마일게이트는 일찍이 스토리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이들은 스마일게이트멤버십을 통해 창작 생태계 활성화에 주력했고, 스마일게이트퓨처랩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창의 환경 조성과 청년 창작자 지원에 앞장서며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발굴해왔다. 2021년엔 <신과 함께> 연작의 제작사로 유명한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조인트벤처 협약을 맺어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출범하며 본격적인 스토리 IP사업에 뛰어들었다. 2022년엔 게임 업계 최초로 D&I(Diversity&Inclusion) 조직을 신설해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IP 내에 녹여낼 방안을 다방면으로 연구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대표이사이자 스마일게이트퓨처랩의 센터장이며 스마일게이트 D&I실의 CDIO(다양성·포용 최고 책임자)인 백민정 스마일게이트 IP 사업총괄 상무를 만나 게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동시대적 스토리텔링의 방도에 관해 물었다.

- 게임 스토리텔링만의 특징이 있다면.

= 영화나 드라마도 관객의 몰입을 중시하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와 일체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캐릭터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이 중요하다. 레벨업 등의 보상이나 퀘스트 실패 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페널티 등도 캐릭터와 상황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스토리 작가가 처음부터 게임에 걸맞은 이야기를 짓기보다는 원안 개발 후 게임 개발자와의 소통을 통해 게임이 요하는 스토리텔링을 갖추도록 체계를 갖추었다.

- 게임 속 비일상적인 시공간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전략이 있나.

= 개연성에 대한 고려는 물론 핍진성에 특히 신경을 쓴다. 게임의 공간 배경을 구현할 때도 영화의 로케이션 헌팅을 하듯 현장 답사를 무조건 진행한다. 가령 <크로스파이어>의 사막 전투 배경을 구현하기 위해선 개발자들이 실제 사막으로 취재를 떠난다. 또 포복하는 군인 캐릭터의 자세를 구현하기 위해 관절의 물리적 움직임을 연구하기도 한다.

- 사내에 스토리텔링 전담부서가 따로 존재하나.

= 전담부서를 따로 두진 않고 각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업한다. 콘텐츠사업부에서는 캐릭터의 서사를 만들고, 영상사업부에서는 IP의 확장을 전담한다. 통합IP관리조직은 IP의 법적 업무와 게임 내 세계관의 개연성을 관리한다. 조직 내 각 부서는 자율 좌석제로 운영돼 자유롭게 만나 토론하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같은 직제는 스마일게이트가 IP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탄생했다. 덕분에 부서간 의사 전달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고 타 부서 업무에 관한 이해도도 높아져 작업의 질이 향상됐다.

- 지난해부터 스마일게이트퓨처랩은 ‘스마일게이트 스토리 공모전’을 열어 원천 스토리 IP를 발굴 중이다.

= 스마일게이트가 창작자 지원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사업 초기엔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지원에 주력했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가 본격적으로 IP 회사로 거듭나며 원천 IP가 될 수 있는 스토리와 이를 만들 창작자를 발굴, 육성해 생태계를 확장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공모전에서 수상했다고 해서 회사가 저작권을 갖진 않는다.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판단했을 때 해당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발전시킬 잠재력이 충분하다면 원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작품화에 들어간다. 전년도 영화 수상작인 <무쏘>의 경우 현재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에서 영화화 개발 중이다.

- 공모전에 접수되는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일정한 경향성도 있나.

= 전년도에 비해 확실히 SF 장르가 많이 접수됐다. 아무래도 SF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장르기 때문에 많이들 선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서 이를 영화나 게임으로 바로 만들 수 없다. 실제 작품으로 구현 가능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구현이 어렵다 하더라도 필력이 돋보이는 작가들에겐 작품을 의뢰해 새로운 스토리텔러들을 육성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하려는 계획도 있다.

- 게임에서 요구되는 스토리텔링과 영화, 드라마, 웹소설 등의 미디어에서 요구하는 스토리는 서로 다른 작법을 지닌다는 통념이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IP 사업 진출 이후 게임과 미디어간의 교류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제는 양자간 경계가 흐려진다고 보나.

= 과거에는 게임을 하는 이들의 집합과 영화를 보는 이들의 집합이 나뉘었다. 하지만 요즘은 게임과 영화를 즐기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을 사랑하는 집합과 영화를 사랑하는 집합의 교집합을 공략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때 원천 IP가 뛰어나면 이를 여러 분야로 다각화하기 쉽다. 확장 가능성이 풍부한 원천 IP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만이 IP 확장의 전부는 아닐 듯한데.

= 기존 게임을 또 다른 장르의 게임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IP 확장의 일종이다. 장르가 바뀌면 각 디바이스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여러 명이 같이 즐기는 형태의 PC게임에서 스토리가 강하고 싱글 플레이가 중요한 콘솔로 플랫폼이 바뀐다면, 바뀐 인터페이스에 맞는 스토리와 세팅을 새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세계관과 키 메시지를 전처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IP 확장 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 어디로든 확장할 수 있다는 전방위 확장을 전제로 출발한다. 가령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IP인 <신과 함께>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반드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것이다. 이때 새로 등장할 캐릭터를 가지고 캐릭터 사업뿐 아니라 웹툰, 웹소설, 게임, 전시 등 여러 경우의 수를 전부 고려한다. 캐릭터의 입체성은 필수다. 캐릭터만 단독으로 봤을 때도 스핀오프가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입체성을 가져야 한다.

- 스마일게이트가 D&I 사업을 한 지 1년이 됐다. D&I실의 CDIO로 부임하며 다양성과 포용의 내러티브에 관해 전과 다른 관점이 생겼나.

= 스마일게이트의 창업자는 오랫동안 창의, 창작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다양성은 창의성의 원천이고, 다양성을 기반에 둔 창의성은 문제 해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D&I 업무를 추진하는 데 큰 동력이 됐다. 결국 다양성은 조직 내에서 업무 수행력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다양한 소구점을 지닌 이들의 업무 능력이 한데 모였을 때 전에 없던 시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 장애가 있는 직원이 게임이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이야기해준다면, 앞으로 게임을 개발할 때 당연히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보완할 것이고 비장애인 플레이어들에게도 상보적 요소가 될 것이다.

- 한국 실정에 맞는 D&I 스토리텔링이 있다면.

= 한국의 D&I가 챙겨야 할 스토리는 다문화와 지역감정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에 출장을 다녀왔을 때의 경험인데, 전시장 한켠에 모래주머니들이 즐비해 있었다. 각각의 모래주머니엔 “나는 히스패닉이다”, “나는 장애가 있다”와 같은 제목이 달려 있었고 주머니의 무게도 모두 달랐다. 그 모래주머니를 각자의 가방에 넣으면 이들이 짊어질 삶의 무게를 체험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우리 회사식으로 벤치마킹해보았다. 지역감정, 루키즘, 연고주의 등 이슈와 관련해 “나는 사투리를 사용한다” , “나는 과체중이다” , “나의 전 직장은 게임 업계가 아니다”와 같은 주머니를 만들었다. D&I 스토리텔링은 문화 콘텐츠 업계 종사자라면 당연히 민감해야 할주제다. 이 사업의 필요성이 업계 전반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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