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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년들’, 미스테리 해결에서 나아가 약자들을 조명하다
임수연 2023-11-01

1999년 비 내리는 어느 날, 삼례 우리슈퍼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10대 소년 세명이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된다. 영화는 2016년으로 무대를 옮겨 섬으로만 발령을 받다가 정년 2년을 남겨놓고 전주시로 발령난 황준철 형사(설경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미친 개’라고 불렸던 그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술을 준비했다며 너스레도 떠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30년 근속했지만 15년 넘게 진급을 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현재 전북경찰청 경무관이 된 최우성(유준상)의 이름이 나오면 그는 여전히 권력에 굽히지 못하고 냉정해진다. 두 사람의 악연은 아직 황준철이 “한번 문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 미친 개”라 불리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라북도에서 검거 성과 톱3에 들던 황준철은 완주경찰서로 발령받는다. 그런 그에게 이미 살인 내용을 자백해 감옥에 수감된 소년들이 진범이 아니고 진짜 할머니를 죽인 사람은 따로 있다는 제보 전화가 들어온다. 사람을 죽이고 챙긴 금품으로 돈을 벌었다고 떠벌리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1년 전 사건을 파헤칠수록 당시 수사가 허술하게 진행됐음을 발견한 황준철은 세 소년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재수사에 나서지만, 우리슈퍼 사건을 해결했다는 공을 인정받아 팀 전체가 특진했던 최우성은 그의 열정이 불편하다. 경찰대 출신으로 라인이 두터운 최우성은 온갖 술수를 동원해 그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리고 16년 후,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의 딸이었던 윤미숙(진경)은 당시 자신이 지목했던 소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며 황준철을 찾아온다.

<소년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됐던 삼례 나라슈퍼 강도 치사 사건을 극화한 영화다. 경찰 조직의 성과제일주의가 소년들의 청춘을 빼앗아간 사연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영화는 2000년과 2016년을 오가면서 왜 황준철의 상태가 열패감과 회의에 찌들었는지 서서히 그 내막을 밝혀낸다. 동시에 억울한 누명을 썼던 소년들이 출소 후에도 살인자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해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갖고 있을 도덕 의식과 정의감을 이끌어낸다. 단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미스터리 해결에만 집중하지 않고 권력자의 이해관계와 이기심에 희생되는 약자들의 처지를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후반 전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타임라인을 번갈아 교차하는 구성은 오히려 원래 이야기가 가진 힘을 떨어뜨리고, 관객보다 영화가 먼저 울며 감정을 호소하는 연출이 클라이맥스다운 힘을 발휘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다룬 <블랙머니>에 이어 정지영 감독이 또 한번 주목한 영화적 실화다.

“TV에 나오더라. 니가 하려던 일잘해라. 못하면 죽을 줄 알아.”

황준철의 부인 김경미(염혜란)가 남편에게 덤덤하게 응원을 보내며. 소수의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용기와 연대를 통해 사회는 좀더 정의로워질 수 있다.

CHECK POINT

<재심> 감독 김태윤, 2017

<소년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면, <재심>은 같은 프로그램의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 사건’에서 출발했다.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는 한국의 범죄 사건들이 수십년간 누적된 TV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한국영화계가 발견한 소재의 원천 중 하나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암수살인> <다음 소희> 역시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화제가 됐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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