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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8인 (8) - <크랙>의 김태균 감독
2002-06-08

여기, 무너지는 삶을 보라

그는 왜 감독이 되었나

군대에서 병장이 꿰어차는 ‘TV채널 선택권’ 덕분에 어느 날 병장 김태균은 텔레비전에서 단편영화 한편을 보게 된다. 무릇 군인이라면 채널을 고정시키곤 하는 쇼·오락프로가 아닌 EBS의 단편영화극장이 그날 병장 김태균이 선택한 프로그램. 거기서는 마침 스스로를 존 레넌의 환생이라고 믿는 남자에 관한 장준환 감독의 단편 이 나오고 있었고, 그 영화를 보면서 김태균은 내무반 TV 앞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힘을 발견했다.

입대 전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그는 그당시 문화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를 위한 한 소통방식으로서 영화가 적합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거기에 “저런 단편은 나도 만들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보태져서 제대 뒤 김태균은 <씨네21>에 난 광고를 보고 한겨레문화센터 영화제작학교를 들어갔다. 복학생이 별거 다한다는 얘기까지 들으며 학교에 영화제작동아리도 만들었고, <이방인의 꿈> <줄서기> 등 단편을 만들었다. 상업영화판에 발을 디딘 건 곽경택 감독과 만나면서. 동아리에서 단편상영회를 준비하던 중 <영창이야기>를 섭외하다가 곽경택 감독을 만났고, <억수탕>의 조감독으로 충무로 상업영화 일을 시작했다. 이후 <닥터K> <세이 예스> 등의 조감독을 하며 김태균은 장편 상업영화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방법을 서서히 물색해왔다.

그는 왜 <크랙>을 연출하는가

<억수탕> 때 제이콤의 프로듀서였던 현 씨앤필름 이창준 PD가 <크랙>의 감독으로 그를 강력추천했다. 이창준 프로듀서와 김태균 감독은 <억수탕> 때부터 알고 지내며 서로의 영화적 감수성을 훤히 들여다보는 사이. <크랙> 프로젝트에 대해 이 프로듀서는 “곽경택 감독과 함께 일했고 <세이 예스>도 했던 김태균이 이 작품에는 딱이다”라고 했고, 김태균 감독이 이에 “내 역량을 넓혀나가기 좋은 작품”이라고 맞장구를 쳐 손을 잡았다. 신인감독으로서 잘 갖춰진 시스템의 관리와 보호를 받는 기회도 놓치기 싫었다. 애초에 영화를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충무로에서 일하면서 언제부턴가 “좀더 많은 대중 앞에서 사람에 대한 고민을 담보하는 장편영화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결심을 했던 터. 일견 통속적으로 보이는 <크랙>의 내러티브에 대해 그는 ‘사람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가 손수 이름붙인 <크랙>의 장르는 ‘로맨틱 스릴러’. “사람의 감정 중 가장 강렬한 게 사랑인 것 같다. 그것을 인물의 감정이 극대화되는 스릴러 장르에 끌어오고자 한다. 굳건해 보이는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들이 사실은 너무나 깨지기 쉬운 것임을 보이며 이기적이고 모순적인 인간감정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는

코언 형제의 <파고>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얼마 전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를 극장에서 보고 김태균 감독은 “아,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내심 탄성을 내질렀다고 한다. 전혀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씩 인물들간의 관계가 무너져가는 이야기. 멜로문법으로 시작해 스릴러로 끝나는 이야기. 충분히 장르적인 기법을 이용하면서 관객과 두뇌싸움을 하는 영화. 김태균 감독이 <크랙>에서 해 보이고 싶은 바로 그런 모든 것이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 세련되게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사기를 꺾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의 ‘내 인생의 영화’ 이야기는 곧 “<크랙>이 바로 그런 영화가 될 것이다. 기대해달라”는 밝은 자기다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수임 sooeem@hani.co.kr · 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Synopsis

평화로운 전원주택단지. 소설가 겸 변호사로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 성재와 그의 아내 윤미 부부네 옆집에 어느 날 미모의 낯선 여자 지영이 이사를 온다. 아내 윤미와 달리 싱그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두움이 배어 있는 지영의 매력에 성재는 서서히 빠져든다. 성재와 지영이 자연스럽게 친해진 사이, 돌연히 지영의 남편이 나타난다. 성형외과의인 지영의 남편 유식은 알고보니 성재의 고등학교 동창. 성재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다가오는 유식으로 인한 압박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영을 쫓는 그의 시선은 멈출 줄 모른다. 성재와 윤미, 지영과 유식, 두 부부의 관계는 점점 그 틈새가 커져가고 어느 날, 성재의 집 욕실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된다.▶ 신인감독 8인 (1) - <이중간첩>의 김현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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