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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피스 필름 레드’ 다니구치 고로 감독, “전통적이면서도 이전에 없던”
송경원 2022-11-23

다니구치 고로 감독은 0기 극장판으로 불리는 <원피스>의 첫 OVA <원피스: 쓰러뜨려라! 해적 간자크>(1998)의 연출자다. 이후 <플라네테스> <코드기아스> <밀림의 왕 레오> <리비전즈> <순결의 마리아> 등 원작과 오리지널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해온 그는 24년 만에 <원피스> 극장판 연출자로 돌아와 <원피스> 극장판 최고의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사진제공 에스엠지홀딩스

-8월6일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이틀 만에 흥행수입 22억5천만엔을 돌파했고, 올해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역대 <원피스> 극장판 중에서도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팬들이 이번 작품을 좋아해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작품을 만든 사람으로서 그보다 기쁜 일은 없다. 총괄 프로듀서인 오다 에이치로를 비롯해 모든 스탭과 배우들, 광고와 홍보 및 모든 관계자들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피스> 극장판 감독을 맡는다는 건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처음엔 원작자 오다가 이번 작품은 그동안 <원피스>를 연출하지 않은 감독에게 맡기고 싶어 했다. 나는 이미 <원피스: 쓰러뜨려라! 해적 간자크>를 만든 적이 있었기 때문에 도에이측에서 제안이 왔을 때 오다에게 내가 해도 괜찮은지 물어봐달라고 했는데, 즉시 오케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인연이 남다른 작품이라 나로선 언제나 오케이인지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또 그 배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웃음)

-이번 작품은 기존 극장판 매력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지점들이 많아졌다.

=TV시리즈는 24년 동안 1000화가 넘는 에피소드가 방영된 장대한 내용이다. 극장용 영화도 한두편이 아니고. 때문에 <원피스>에 관여하고 있던 고마키씨를 조감독으로 모셔와 <원피스> 고유의 가치를 이어가려 했다. <원피스 필름 레드>가 기존 극장판과 다른 점은 개성 있는 ‘적’에 있다. 지금까지의 적은 강하고 마초적인 남성, 특히 중년의 남성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바꾸었다. 동시에 처음 보는 관객이나 또는 옛날에 보았는데 최근에 <원피스>에서 조금 멀어진 사람들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자, 라는 점이 가장 큰 목표였다.

-의도가 정확히 구현됐다. 기존 팬들을 위한 서비스 장면이 충실하면서도 <원피스>를 잘 모르는 관객까지 오리지널 스토리로서 즐길 수 있다.

=감사하다. <원피스>를 더 넓고 높은 무대로 데려가는 게 내가 감독으로 선택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 <원피스>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봤다. 팬들을 위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게 첫 구상이었다. 그게 바로 대해적 시대에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한 가수 우타가 처음으로 개최하는 콘서트였다.

-<원피스> 세계관에서 콘서트가 열린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든 이후, 한동안 콘서트를 열지 못했던 것과 맞물려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타는, 각본을 쓴 구로이와나 총괄 프로듀서인 오다와 몇번이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만들어나간 캐릭터다. 모든 곡마다 컨셉이 있지만 그걸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이해해달라. (웃음) 우선 보컬로이드나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은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애니메이션 팬만 특화해서 만든 작품이 아니라서, 애니메이션을 참고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겨울왕국> 정도 참고했다. 이외에는 <레미제라블>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같은 실사영화가 레퍼런스의 중심이다. 실제 가수의 콘서트를 많이 찾아보았고 한국 아이돌의 몇몇 콘서트 무비도 참고했다.

-콘서트와 가수가 테마인 만큼 노래의 비중이 높다. 아도의 노래가 7곡이나 실렸다.

=사실 노래가 중심인 영화이니까 7곡보다 더 많아도 좋았다. 다만 곡 수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가사 하나하나에 담긴 메시지를 관객이 들어주길 바랐다. 관객이 만족감을 안고 극장을 나설 수 있도록 테마를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곡은 보컬과 연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기도 했다. 한번은 노래, 한번은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관객이 극장에서 두번, 세번 볼 때 그런 차이들을 즐기면서 보면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샹크스를 포함해 빨간 머리 해적단의 본격적인 전투를 볼 수 있는 최초의 작품이다.

=“<원피스>를 영화로 만들 때 부담감이 있지 않았나요?”라든가 “샹크스를 내보내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왜 부담스러운지 내가 더 묻고 싶다. (웃음) 부담감을 가진다면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무게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됐을 뿐 아니라 규모도 큰 제작사에 고용 감독이 들어와 연출을 하는 것이므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샹크스를 영화에 등장시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영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많지 않아서 만들기 편했다. 원작자인 오다가 “그들의 능력은 이런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으로 보여주세요”라는 메모를 주었는데, 완전히 기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건 아슬아슬한 부분까지만 보여주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작품의 포인트였다.

-전반부의 핵심이 라이브 콘서트라면 후반부는 토트 무지카와 싸우는 대규모 액션 시퀀스가 압권이다. 등장인물이 많은데도 각자의 고유 액션을 빼먹지 않고 선보인다.

=액션팀이 최선을 다한 만큼 마음껏 즐겨주시면 좋겠다. 처음부터 각각의 역할이나 볼거리가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을 만든 경험이 많아서 그 부분에서 고생한 적은 없다.

-엔딩은 그야말로 <원피스> 팬들을 위한 서비스 신을 대방출한 느낌이다. 원작의 표지에 연재되는 미니시리즈처럼 짧게 등장한 캐릭터의 스토리도 하나하나 정성껏 그렸다.

=감사하다. 엔딩 장면의 캐릭터들 후일담이 N차 관람을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 메인으로 나오는 캐릭터들에 관해서는 만화 편집자와 도에이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후지TV> 프로듀서 등 제작위원회 사람들이 모여서 누구를 내보낼지 회의했다. 그야말로 <원피스> 극장판 시리즈 역사의 한 장면인 만큼 모든 캐릭터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의식한 건 코비다. 원작의 초기부터 나온 캐릭터인 만큼 “어? 저 녀석, 이렇게 된 거야?”라고 놀랄 만한 변화를 주고 싶었다. 옛날에 잠시 봤다가 오랜만에 영화를 본 사람도 “아, 이 사람 알아!” 할 수 있도록.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시바타 프로듀서는 MR. 봉쿠레를 그렇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견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분량 문제로 응할 수 없었다. 언젠가 봉쿠레가 확실히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길 나 역시 기다리겠다.

-이번 극장판만의 매력을 다시 한번 짚어준다면.

=이번 영화는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서 만들었으니 가능하면 영화관에서 즐겨주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나온 <원피스> 영화에는 없는 표현이나 거의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몇 가지 있는데, <원피스>의 세계라면 이것도 허용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린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원피스>이기도 하고 새로운 <원피스>이기도 하다. 한국 관객의 반응이 정말 궁금하다. 라이브 장면이나 콘서트 부분은 한국의 영상을 몇개 보기도 했고, 최근 몇년 사이에 등장한 한국 콘텐츠들의 표현 방식은 내게 굉장히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음악 프로그램과 연계를 한다든지, 우타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있다. 종종 일본 작품들의 갈라파고스화를 말하는데,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 작품들에서 자극받으며 도전 정신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한국 관객의 반응이 더 궁금하고 소중하다. 부디 다채롭게 즐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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