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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멤버’ 이성민, 남주혁①, “노인은 기억을 잊지만 그 공백을 청년이 대신 기억해준다”
이자연 사진 오계옥 2022-10-26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점에 가장 매료되었나.

이성민 이야기가 새로웠다. 과거를 배경으로 친일파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현재 시점으로 복수를 이끌어가는 플롯은 흔치 않아 신선했다. 일제강점기를 통과해온 당사자뿐 아니라 젊은 친구가 그 과정을 동행한다는 설정도 이색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노인 연기가 새로운 도전이라 호기심도 일었다.

남주혁 비슷한 지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과거의 이야기를 현대로 끌어당긴 지점이 새로웠고, 20대 청년 인규가 필주라는 80대 노인과 함께 사건을 맞닥뜨리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복수극에 휘말리고 마는 인규가 안쓰럽기도 했다. (웃음)

<리멤버>는 20대 청년과 80대 노인이 콤비를 이루면서 세대적 융합을 보여준다. 재치 있게 교감하는 장난스러운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이성민 시나리오에 세대를 뛰어넘는 화합이 잘 녹아 있었다. 게임을 하거나 신조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렇다. 특히 둘만의 시그니처 손 인사가 있는데, 오로지 필주만의 사연인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젊은 세대에게 전해진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남주혁 그 손 인사가 쉽지 않았다. 익숙한 제스처가 아니기도 하고, 손의 느낌을 잘 살려야 하는데 스왜그를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세 번째 단계까지는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성민 어휴, 난 첫 번째 단계도 기억 안 난다.

인규는 전형적으로 외강내유의 모습을 보인다. 거칠고 저항적이지만 잔정이 많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스타트업>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연기한 인물과는 성향이 다른 20대 청년이다.

남주혁 인규는 딱 그 나이 때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내비치는 인물이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전사를 간직하고 있는지 계속 고민했다. 사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의 보편성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관객이 인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궁금하다.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아무래도 줄임말이었다. 인규는 줄임말을 즐겨 썼는데, 내 평상시 말투와 너무 달라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이일형 감독님께서 “‘존맛탱’은 요즘 20대라면 다 쓰는 말인데 왜 이렇게 어색해하냐, 너 나이 속인 거 아냐?”라고 하시더라. (웃음)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말들을 원 없이 써봤다.

이성민 촬영할 땐 내 역할에만 집중하느라 신경을 잘 못 썼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주혁이가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다. 평범한 청년이 어마어마한 일에 휩싸여 노인의 복수극에 동행하게 되는 개연성과 당위성을 관객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했다. 정서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그 연결 고리가 가장 중요한데 주혁이가 그 부분을 탄탄하게 잘 보여줬다.

이성민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80대 노인으로 분했다. 분장하는 데만도 4시간이 걸렸다고.

이성민 처음 노인 분장을 테스트할 때 4시간가량 걸렸다. 분장팀도 노인 분장이 처음이라 디테일을 잡아나가는 과정이 오래 걸렸는데, 시간이 차차 줄었다. 노인 연기가 유난히 힘들거나 어렵진 않았다. 배우는 본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보다 그렇지 못한 걸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 직업이니까. 다만 주변 어르신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참고하려 했다. 액션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움직임이나 동작을 눈여겨보았다.

남주혁 배우는 지금까지 경제적 어려움이나 설움이 큰 역할을 주로 맡았다. ‘역시 남주혁은 눈물을 흘려야 제맛’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웃음)

이성민 부자 역할은 안 해봤어? (웃음)

남주혁 (고개를 떨구며) 네…. (웃음) 본의 아니게 주어진 역할이 대부분 서러움을 간직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그런 공통점이 어떤 점에선 관객에게 익숙하거나 지루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인규만의 차이를 드러내야 했다. 그런데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을 장착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성민 선배님과 함께 연기를 맞춰가다 보니 인규만의 독창성과 서사가 차곡차곡 쌓였다. 뭐랄까, 주어진 상황이나 다른 사람과의 상호교류 속에서 인규라는 사람의 알맹이에 충실히 몰입한 끝에 어느덧 인규가 완성된 것 같았다.

필주는 자신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친일파를 한명씩 찾아가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이런 설정이 속 시원한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성민 <리멤버>는 일제 부역자를 향한 복수를 철저히 개인의 역사 안에서 재현하려 한다. 필주가 친일파를 죽이려 하는 것도 시대적 사명감보다는 가족의 비극에서 비롯했다. 그래서 필주가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참담한 일을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 다만 필주 세대의 사람들만이 이 고통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규라는 인물을 통해 슬픔이 계속 전이되고 이어진다.

*이어지는 기사에 이성민, 남주혁 배우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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