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파리] 프랑수아 오종, <페터 폰 칸트>로 파스빈더를 스크린에 부활시키다

여전히 문제적 파스빈더

분노, 금기, 저항, 동성애…. 일년에 4~5편, 많게는 9편에 이르는 작품들을 무서운 속도로 창작했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37살에 요절하기까지 파스빈더의 놀라운 창작력과 재능은 그를 뉴 저먼 시네마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남게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신성모독, 동성애, 근친상간 등 금기와 욕망의 문지방을 아슬아슬 오가며 매년 한편꼴로 장편영화를 발표하는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 그는 “학생 때부터 파스빈더는 나에게 영화의 큰형과 같은 존재였다”라고 말할 만큼 파스빈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사실, 생각해보면 <시트콤>(1998)과 <크리미널 러버>(1999)로 데뷔식을 마친 신예 오종이 당시 평단과 관객의 탄탄한 신뢰를 얻게 된 계기는 바로 파스빈더의 희곡을 각색한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2000) 덕분이었다.

<페터 폰 칸트>

약간은 넓적한 얼굴, 기름진 듯 이마에 딱 들러붙은 머리, 멋대로 자란 수염 사이로 삐죽 삐져나온 반쯤 타버린 담배, 그리고 슬픈 듯 광기어린 눈빛을 채 가리지 못하고 투영시키는 네모난 선글라스. 오종의 신작 <페터 폰 칸트>(2022)는 파스빈더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원작은 파스빈더의 희곡을 영화화한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1972)로, 성공한 부르주아 레즈비언 디자이너가 패션모델을 꿈꾸는 한 젊은 여성과 격렬하게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오종은 원작 속 성과 직업을 바꾸어 페트라를 성공한 영화감독 페터로 탈바꿈시킨다. 페터(드니 메노셰)는 파스빈더의 분신으로, 여배우 시도니(이자벨 아자니)의 소개로 만난 청년 아미르(카릴 벤 가르비아)와 사랑에 빠져 그가 배우가 되도록 물심양면 돕지만 일방적이기만 한 페터의 사랑은 그를 철저하게 파괴한다. 연극적 무대, 격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 등 오종이 재창조한 파스빈더의 희극은 “예측 불가능한 프랑스 감독의 새로운 성공작”(일간지 <레 제코>), “파스빈더의 세계로 다시 빠져들게 하는 잔혹하고 섬뜩한 사이코 드라마”(문화 주간지 <텔레라마>), “질투에 관한 파스빈더식 멜로드라마, 감독의 삶과 작품 전반을 다루는 환상적 전기영화”(영화 평론지 <레 피쉬에 뒤 시네마>)라는 평을 받으며 7월6일 개봉 첫주 동안 4만5천명의 시네필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페터 폰 칸트>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