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범죄도시2’ 코로나 이후 첫 1000만 달성, 영화 자체 매력과 개봉 타이밍 등 절묘
코로나 이후 첫 1000만 영화 달성에 성공한 <범죄도시2>.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주연의 범죄액션영화 <범죄도시2>가 개봉 25일째인 11일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 <기생충> 이후 한국영화로는 3년 만이자 코로나 사태 이후 첫 1000만 기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배급사 집계를 보면, <범죄도시2>는 이날 오후 1시50분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는 역대 28번째로 8편의 외화를 제외하면 한국영화로선 역대 20번째 ‘천만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온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19년 7월22일 관객 1000만을 돌파한 이후 3년만이다. 국내 극장가에선 2019년 한해에만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2> 등 다섯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후로는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넘긴 영화는 지난해 12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755만명) 단 한 편뿐이었다.
지난 6일 마동석(맨 왼쪽)을 비롯한 <범죄도시2>의 출연 배우들이 900만 돌파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천하무적 마석도(마동석)의 핵주먹 한 방처럼, <범죄도시2>는 코로나라는 극장가의 오랜 근심을 업어치기 한 판으로 날려버렸다. <범죄도시2>는 전편의 서울 가리봉동 소탕 작전 4년 뒤를 배경으로 괴물 형사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악당 강해상(손석구)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액션물이다.
<범죄도시2>의 흥행 돌풍에는 영화 자체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전편을 능가한 액션과 유머를 보여준 것. 마석도의 통쾌한 핵주먹 액션은 더 강해졌고, 등장인물들의 ‘깨알 유머’는 더 잦아진 점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실제 <범죄도시2>는 관람자들의 평가로 매기는 씨지브이(CGV) 골든에그지수가 99%에 이르고, 네이버 관람객 평점도 9점대로 높아 입소문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폭력성의 수위를 낮춰 15살 관람가 등급을 받음으로써 관객 폭을 넓힌 점도 주효했다. 당초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범죄도시2>를 독점 공개하려고 접촉해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극장 개봉이 ‘신의 한 수’였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외적인 타이밍도 절묘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나들이 인파가 늘어난 시점에 개봉을 한데다, 극장 내 취식이 허용되면서 오락으로서의 영화관람이 가능해진 점도 흥행에 한몫을 했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지친 대중들은 마석도가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장면을 보면서 묵은 스트레스를 날리는 쾌감을 맛보았다. 경쟁작으로 떠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과 칸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브로커>도 마석도를 이기긴 힘들었다.
한겨레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