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미혼모인 잡지사 사진기자 수정(이승연)은 애인 영하(박용하)와의 결혼이 남자 집안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영하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정의 직장 선배(최란)가 수정에게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전한다. 회사 건강검진에서 재검 판정이 나왔다는 것. 정밀진단 결과 수정은 폐암 판정을 받는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수정은 딸 지수(한지혜)를 아빠인 지환(이경영)에게 보내기로 한다. 유부남인 줄 모르고 만났던 지환과 헤어진 뒤 혼자 지수를 낳아 키웠던 수정은 오랜만에 지환을 다시 만나 결혼한다는 거짓말을 하며 딸을 보낸다. 지환의 아내 미주(김나운)는 남편을 수정으로부터 완전히 떼어내기 위해 지수를 맡는 데 동의하고, 지환은 수정이 병에 걸렸음을 곧 알게 된다.■ Review <미워도 다시 한번> 시리즈는 한국 최루성 멜로영화의 원조격인 영화다. <미워도 다시 한번 2002>는 1968년 1편에 이어 1971년에 <미워도 다시 한번4>까지 총 4부작을 만들었던 정소영(74) 감독이 30여년 만에 ‘다시 한번’ 자신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꺼내 만든 작품. 유부남과 미혼모라는 전작의 기본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인물간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해 보인다.
1968년작에서 주인공 혜영은 아이를 남자에게 보냈다가 다시 찾아오지만, 2002년판에서 수정은 죽음이라는 파국 앞에서 아이를 남자에게 보내고 눈을 감는다. 주인공 여자를 모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밀어넣음으로써 이 영화는 한결 보수적인 길을 택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 2002>는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보다 극적인 사건을 장치함으로써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 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전작만큼의 효과를 올릴 것 같지는 않다. 1960년대에, 모성을 우선시하며 미혼모의 삶을 택한 혜영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전복적인 힘을 가지고 여성 관객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그러나 30년 전 혜영의 선택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수정의 이야기에는 그런 힘이 없어 보인다.
이승연, 이경영, 박용하, 김나운, 최란 등 TV탤런트들의 연기가 무리없는 가운데, <미워도 다시 한번 2002>에서 눈에 띄는 건 역시 김수현의 각본이다. 연속극과는 호흡이 다른 영화에서 김수현식 대사들이 어떤 톤으로 울리는지 살피는 건 이 영화를 보는 한 가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수임 sooee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