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전설’이 있었다. 깊은 숲에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마녀의 전설. 그걸 이용하여 저예산의 ‘의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다시 인터넷으로 ‘사실’인 것처럼 네티즌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통해 3만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2억4500만달러를 벌어들인 <블레어윗치>의 흥행 전설. 그러나 거짓 전설로 진짜 전설을 일군 <블레어윗치> 팀은 영면을 취하지 않고 전설의 재림을 꿈꾸었다. ‘의사 다큐멘터리’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한 저예산 공포영화의 속편은 어떤 길을 갔을까? 제작진은 같은 공간, 그러나 보이는 공포라는 길을 택했다.
<북 오브 섀도우>는 1편의 다큐 전략을 따라 TV의 토크쇼, 뉴스 릴 등을 현란하게 교차편집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마녀의 숲으로 들어간 다섯 사람의 뒤를 쫓는다. 물론 도구는 비디오카메라. 거기까지는 전작과 유사하다. 제프 일행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찾기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조사한다. 그러나 카메라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할까? 1편은 카메라에 찍힌, 즉 관객이 본 것은 ‘사실’이라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북 오브 섀도우>는 관객에게 보여진 모든 행적이 어쩌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들은 환상을 보고, 자신이 본 것을 의심한다. 그러나 비디오카메라는 그들이 기억하는 것, 관객이 본 것들을 모두 배반한다. 스스로 사라져버린 에리카는 살해당했고, 킴이 폭언만 퍼붓고 떠나온 편의점의 여주인 역시 잔인하게 죽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무너져내린 다리도 멀쩡하다.
카메라는 정말로 언제나 진실만을 말할까? 기억과 기록. 어느 것이 진실인가? 기억은 그 불분명함으로 인해 불완전하고, 기록은 그 명백함으로 인해 완전하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절대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북 오브 섀도우>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점은 ‘눈으로 본 것은 진실’이라는 맹신의 전복이다. 전통적인 공포영화의 긴장감은 덜하지만 영상과 진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영화.
위정훈 기자 osc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