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야 미노루의 팬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오리지널 <이나중 탁구부>의 골수팬이다. 그들은 이자와와 마에노가 벌이는 악취미 펑크 개그의 옹호자로, 이후 진지하고 어두운 세계로 변해가는 만화가를 못마땅해 한다. 두 번째는 <두더지>식의 암울한 청춘 만화의 지지자로 <이나중 탁구부>를 초보 만화가 시절의 치기 정도로 여긴다. 마지막으로 <이나중>에서 시작되어 <크레이지 군단> <그린 힐>로 이어지는 변화의 축을 자연스러운 전환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꾸준한 독자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모치즈키 미네타로(<드래곤 헤드>), 해롤드 사쿠이시(<벡>), 스기무라 신이치(<초학교법인 스타학원>)의 옹호자이기도 한데, 웃음과 비탄 사이를 오고가는 청춘의 위태로운 진동을 즐긴다.
신작 <시가테라>(북박스 펴냄)는 이중 세 번째 부류의 독자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더지>라는 극단적인 침잠의 지하실에 들어가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후루야가 이제 지상의 방으로 올라와 슬쩍 기지개를 켜고 커튼 사이로 바깥의 풍경을 내다보려는 기색이 느껴진다. 단번에 바깥으로 튀어나가 즐겁게 웃고 떠들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삶의 의지를 되찾은 듯한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게도 된다.
주인공인 오기노는 왜소한 몸, 평범한 두뇌, 특별하지 않은 재능을 지닌 고등학생이다. 친구 다카이와 함께 싸움꾼인 타니와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한밤중에 불려나가 캔따기, 전날 시킨 대로 도시락 챙겨가기, 무언가 잘못한 벌로 반성문을 써가고 얼굴에 고양이 낙서당하기….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굳이 만화 속에서 그 답답한 현실을 다시 느껴야 하는가 하는 반발감도 생긴다. 그런데 오기노에게는 모터바이크를 배워 어디론가로 떠나가고 싶은 희망의 싹이 있다. 교습소에서 사카즈키라는 무시무시한 여자애를 만나 위기에 처하게도 되지만, 단지 동경할 뿐이었던 여자애 유미와의 뜻하지 않은 연애가 급진전되어간다.
연애다. 그래 새삼스럽게 연애다. 그것이야말로 청춘에겐 당연한 주제가 아닌가? 줄기차게 청춘 만화만 그려온 후루야에게는 오히려 연애 속을 깊이 들어가지 않았던 게 이상한 일이 아닌가? 처음엔 모든 게 불안하다. 오기노는 마치 <이나중 탁구부>의 ‘까불지 말란 말이야’ 단처럼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애를 스스로 부정하고 극단적인 상상에 빠져든다. 그러나 어디선가 달콤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진짜로 나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그의 주인공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과정을 지켜봐왔기에, 이제 이런 선물 하나쯤 주어도 괜찮은 듯이 보인다.이명석/ 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 manaman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