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O.S.T/ BMG 발매
존 윌리엄스는 20세기 후반에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클래식 작곡가의 한 사람이다. 또한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할리우드적인 영화음악을
쓰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는 현악기와 관악기가 최대한 어우러져 효과를 내는 오케스트라 편성을 주로, 즐겨 사용한다. 아무리 신시사이저가
간단하게 한 오케스트라를 대신한다지만 여전히 오케스트라는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깊이와 매력을 지니고 있다. 풀 오케스트레이션의 자연스러운
장중함은 아직도 영화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편성이다. 존 윌리엄스는 그러한 기본 편성에 충실한, 그리고 그 안에서 할리우드적인 효과를 가장
잘 끌어내는, 가장 대중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가장 정통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이다.
그에게는 간단하고도 명료한 테마를 구성해내는 천재적인 재주가 있다. 스필버그와 더불어 존 윌리엄스의 가장 오랜 파트너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를
들으면 누구나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음악의 테마는 금관악기의 힘있는 울림을 앞세운 일종의 팡파르이다. 그 팡파르는 또한 20세기
후반 가장 성공한 팡파르이기도 하다. 누구든지 그 팡파르가 울려퍼진 다음에는 우주 전사들의 활약이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바그너적인 후기
낭만주의 화성에 기초를 둔 그의 음악은 종종 그 팡파르의 간결함으로부터 출발하여 하나의 웅장한 교향악을 이룬다. 그의 테마는 때에 따라서는
아론 코플란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같은 곡의 영화적 적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수하지만 힘있는 간결함을 통해 그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 속에 희망이 솟도록 하는, 묘하게 부르주아적이고 미국적인 일반 테마를 음악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면모는 심지어 그가
작곡한 1984년 LA올림픽의 <올림픽 팡파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또 하나, 그의 음악이 갖는 장점은 ‘인간미’이다. <`ET`>의
가장 유명한 장면에서 흐르는 <`Over the Moon`> 같은 음악이 그 쉬운 예이다. 그는 음악적으로는 여전히 19세기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전한 하모니에 대한 순진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낭만적인 화성이 존 윌리엄스의 음악적 토대이다. 어떤 면에서는
시대착오적인 이러한 점을 가장 충실히 지키는 사람이 존 윌리엄스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다 감동받을
수 있는 영화, 누구에게나 ‘꿈’인 영화, 다시 말해 스필버그의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적 배경을 부여한다.
그는 1932년 영화음악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뮤지션의 아들로 태어나 1950년대 말 처음 영화음악에 발을 들여놓은 뒤 지속적으로 영화음악을
위해 일한 천직 영화음악가이다. UCLA와 줄리어드에서 음악을 전공한 뒤 재즈 밴드 등을 전전하면서 영화음악을 하다가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처음 아카데미상을 수상한다. 그뒤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스필버그와 팀을 이룬 다음부터이다. 특히 <죠스>는 그의 위치를 완전히 굳히도록
만들어준 영화였다. 이 영화 역시 잊을 수 없는 테마를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고 있다. 저음의 현으로 그어대는 그 간단한 테마는 상어떼의
무시무시함 자체를 표현하고 있지 않다. 대신 삼각형의 지느러미만 물 바깥으로 나와 있는 ‘음험함’만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성공적인 것이다.
그 테마만 들으면 지금도 ‘상어다!’하고 머리 속에서 비상벨이 울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는 계속하여 <스타워즈>로 스타 작곡가가
된 이후 줄기차게 스코어를 써대 할리우드가 가장 할리우드적으로 꿈을 꾸는 영화들에서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미국음악계는 아서
피들러 사망 이후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는 지위를 그에게 맡김으로써 그의 음악적 공로와 파워를 인정하고 있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