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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칸에서 만날 결심
이주현 2022-04-15

태양, 구름, 돌 등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어 조각과 회화 작업을 하는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전시 소식 페이퍼를 회사 책상 한 귀퉁이에 올려두었다. 서로 다른 색상의 크고 작은 돌 두 덩이를 쌓아 만든 대규모 청동 조각 연작 <nuns + monks>를 전시한 개인전을 일정 안에 꼭 보리라 마음먹고 전시의 마지막 날짜를 머릿속에 새겨뒀는데, 마침 미술 애호가인 BTS의 RM이 그래미 어워드 직후 자신의 SNS에 우고 론디노네의 <세븐 매직 마운틴스>를 구경하는 사진을 올린 것이 아닌가.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라스베이거스 사막에 세워진 컬러풀한 돌탑 작품인데, RM의 포스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첫째가 ‘작가의 국내 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겠구나’, 둘째가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고 싶다’였다.

해외 여행길이 막힌 지 2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올해는 진지하게 해외여행을 계획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사적 모임은 10명, 영업시간은 밤 12시까지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된 이후 일상 회복의 기운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 화상으로만 회의를 하고 대면을 하지 않아 데면데면해진 <씨네21> 기자들도 이제는 실물을 마주하며 사무적 얘기가 아닌 친밀한 대화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나의 멘트는 변하지 않는다. “섭외는 어떻게 됐어?” “인터뷰 일정은?” “마감은 언제 할래?”). 봄꽃 핀 한강공원은 돗자리 깐 사람들로 북적이고, 쇼핑몰에도 식당에도 전시회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동료들끼리 진지하게 하는 얘기는, 그러니까 이제 극장만 정상화되면 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슬슬 반가운 개봉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범죄도시2>가 5월 개봉 소식을 알렸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의 배우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과 찍은 첫 번째 한국영화 <브로커>도 6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얼마 전 만난 모 영화사 마케팅 팀장은 자사의 영화가 아니어도 진심으로 ‘한국영화 파이팅’을 외치게 된다고 말했다. 왜 아니겠는가. <브로커>는 5월에 열리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받았다. 4월14일, 칸국제영화제 출품작이 발표되었다. 경쟁작 라인업에 한국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두편이 이름을 올렸다. 배우 박해일, 탕웨이와 박찬욱 감독의 조합으로 화제가 된 <헤어질 결심>은 경쟁작 발표 전부터 ‘칸느 박’의 칸행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는데, 역시나 기분 좋은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올해 칸에 가게 된 깜짝 작품은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다. 이정재가 연출도 하고 절친 정우성과 함께 주연까지 맡은 <헌트>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다. 2019년 <기생충>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영화의 또 다른 경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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