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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서툴지만 용감하게, <수학영재 형주> 배우 정다민
이유채 사진 백종헌 2025-10-30

<수학영재 형주>의 16살 주인공 형주(정다민)를 뽑는 오디션 공고를 봤을 때, 배우 정다민은 마음이 동했다. “형주와 나에게 수학과 스케이트보드라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필이 없어 셀피 사진 한장과 보드를 타는 영상을 보냈고, 대면 오디션에서는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정석적인 연기로 합격했다. 극 중 형주는 밴드 보컬이던 죽은 엄마(신기환)에게서 신장질환 유전병을 물려받았다. 생존을 위해서는 신장 공여자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아버지 민규(곽민규)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게 된다. 살기 위해, 또 알기 위해 형주는 유력한 친아버지 후보인 세 남자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 시나리오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몰랐던 정다민이 현장을 실감한 건 뜻밖에도 뾰루지 때문이었다. “첫 촬영 날, 볼에 큰 뾰루지가 나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 많은 사람의 시간에 내가 영향을 준다는 것, 영화는 거대한 공동체 작업이라는 걸 그때 실감했다.” 죽은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저 멀리서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오는 첫 장면을 찍은 건 촬영 중반쯤, 그가 여전히 고난도로 기억하는 신이다. “감독님은 형주가 펑펑 울면서 오길 바라셨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감정을 상상할 줄 모르던 배우로서의 미숙함 때문이었다.” 경험하지 못한 감정도 생생하게 표현할 줄 알는 게 배우의 자질이라는 걸 신인은 이때 체감했다. 눈물이 터진 건 마지막 아버지 후보인 동섭(김일두)을 만났을 때다. 동섭이 전해준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형주는 우두커니 선 채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 물론 처음부터 눈물바다가 된 건 아니다. “곽민규 선배님이 눈 밑에 바르면 매워지는 스틱을 주셨는데 그걸 바른 채 서너번을 가도 눈물이 안 났다.” 결국 5번째 테이크에서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청했고, 용기가 변화를 가져왔다. “노래를 들으며 여정 중의 고달픔, 민규씨와의 추억, 무엇보다 엄마 경희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애썼다. 여덟 번째 테이크에서야 울컥하는 뭔가가 터져나왔다.”

정다민이 처음 연기에 호기심을 느낀 건 19살, 가을과 겨울 사이였다. 다리를 삐어 좋아하던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못하게 됐고, 속수무책으로 집에만 있다가 <아이 엠 히스 레저>를 보았다. “가만히 앉아 화면 속 히스 레저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배우란 어떤 직업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무작정 연기가 하고 싶어졌다.” 마침 연기 입시를 준비하던 친구가 있었고, 그를 따라 무작정 학원에 등록했다. 5~6개월간 짧게 준비한 끝에 서울예대 연기과에 입학했다. 아직 재학생인 그가 “시켜만 준다면 무조건 하고 싶은 캐릭터는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다. <걸어도 걸어도>같은 이야기 속에 들어가보고 싶은 바람도 있다, “좋은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 같다”는 정다민은 감독에 대한 꿈도 수줍게 밝혔다. “아주 나중에 <드라이브 마이 카>같은 작품, 김승옥 작가의 <서울, 1964년 겨울>을 각색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수학영재 형주>이후 정다민은 수십편의 단편영화를 촬영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한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는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덜 서툴고, 더 조화로운 구성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filmography

영화

2025 <수학영재 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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