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커버스타
[커버] 0으로 돌아가서, 다시 - <8번 출구> 배우 니노미야 가즈나리
이우빈 사진 백종헌 2025-10-21

청초하다. 니노미야 가즈나리 배우를 처음 만난 순간에 곧바로 뇌리를 스친 생각이다. 어쩌면 20년 전 TV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일까. 1996년에 연예계 경력을 시작해 1998년에 매체 연기를 시작, 1999년엔 일본의 국민 보이밴드 ‘아라시’로 데뷔한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배우, 가수, 방송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활력은 눈앞에서도 한결같았다. 방금 막 부산에 도착한 여행객 같지 않았다. 당일 일본에서 건너와 늦은 저녁의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그는, 방금 아침을 맞이한 사람처럼 활기를 내뿜었다. 올해 데뷔한 신인 아이돌과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섬세한 고민과 당찬 포부는 그가 어떻게 30년 가까이 연예계에서 최정상의 궤적을 유지하고 있는지 단숨에 느끼게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를 비롯해 <간츠><암살교실><암살교실: 졸업편>등의 만화 원작 실사영화와 <검찰측의 죄인>등 선 굵은 드라마 연기까지 해냈던 원숙한 배우에게도 신작 <8번 출구>는 “아주 신기한” 기획이었다. 동명의 인디 게임을 원작으로 한 <8번 출구>는 제목 그대로 8번 출구를 찾는 주인공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헤매는 남자는 지하철역 내의 똑같은 지하도를 홀로 계속해서 떠돌게 된다. 통로에서 갖가지 ‘이상 현상’들을 감지해야만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고판의 이미지가 이전에 봤던 것과 조금 다르거나, 반대편에서 반복하여 걸어 오는 기묘한 남자의 표정이 달라지는 차이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상 현상이 없다면 앞으로, 있다면 뒤로 가야 한다. 이 게임에 연달아 성공해야만 8번 출구를 통해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게임의 플레이어이자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그리고 현대 도시에 사는 피폐한 청년 중 한명으로서 ‘헤매는 남자’는 자신의 내적 고민과 사회적 트라우마를 마주한다. 청년 역을 맡아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는 니노미야 가즈나리는 긴장감을 유지하되 차분한 톤의 연기로 <8번 출구>의 장르적 담백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과잉되지 않아도 묵직한 감정을 담아내는 배우의 연륜을 보여준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도, 그는 청초했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니노미야 카즈나리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