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아 배우는 5년간의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거치고 배우로 돌아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를 따라간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예술고등학교, 대학 연극영화과 경로를 밟으면서 차근차근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 얼굴을 비췄다. 장건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회오리 바람>에서 언니 얼굴에 침을 뱉으며 과격한 몸싸움을 펼치던 미영의 모습이 박문아의 어린 시절이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 후의 연기 이력에 막막함”을 느낀 그는 고등학교에서 영상·이미지 편집 등을 가르치는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속에서 끓는 연기의 욕망”을 스스로 숨기지 못한 끝에 지난해 무렵부터 배우로 복귀했다. “<피라미드 게임> 같은 학교폭력 이야기가 실제로도 빈번”하다는 사실을 예시로 든 그는 “교사로 있던 5년을 그저 흘려보낸 것”은 아니라고 회상했다. “여러 성격의 학생, 학부모들과 관계를 맺으며 쌓은 다양한 경험들이 연기에도 반영”됐다는 박문아 배우의 말씨엔 이후 활동에 대한 단단하고 뚜렷한 포부가 묻어났다.
거의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럭키볼>은 박문아에게 각별하다. <럭키볼>은 고등학생 연주가 학교 축제에 올릴 공연을 준비하던 중 짝사랑하는 남자와 겪게 되는 풋사랑의 격동을 그린다. “영화 속에서 연기 중인 내 대학교 1~2학년 모습을 보니 그때의 좋은 기억이 되살아난다”라며 그는 “첫사랑의 설렘과 쓰라림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에 관객들도 지난 추억에 푹 빠질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내비쳤다. 촬영 당시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잘 못해서 감독님을 고생”시켰지만 “그런 연주의 모습조차 어린 날의 풋풋함으로 느껴질 만큼 사랑스러운 영화”다.
10년의 시차를 둔 만큼 <럭키볼>에 대한 박문아의 감상은 꽤 달라졌다. “예전엔 연주의 사랑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연주의 꿈에 집중”하게 됐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연기 일에 삶을 쏟아내고 있는 지금 나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연기에 몸담아온 전공생답게 전주영화제를 기대하는 태도도 남달랐다. <럭키볼>을 보며 “연주의 세심한 감정 변화가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몰두해달라는 세심한 요청은 기본이었다. 영화제 기간 내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각기 다른 목표나 <럭키볼> 속 가수 우효의 노래처럼 영화에서 음악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토론”해보고 싶다는 그의 깊이 있는 진심은 영화를 사랑해 마지않는 전주 관객들의 마음에 적확하게 가닿을 것만 같다.
봄철 추천하고 싶은 독립영화는?
“<소공녀>(2017)가 떠오른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잿빛 화면의 영화다. 하지만 주인공 미소(이솜)는 그 속에서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계속해나갔고, 그 끝엔 분명히 미소의 꿈이 이뤄진 봄이 왔을 거다. 관객들에게도 그러한 봄이 꼭 오기를 바라며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