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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험 어드벤처의 정석 '언차티드'
송경원 2022-02-23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에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과 영화의 문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게임과 영화, 둘 다 영상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매체란 점이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탓도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게임 원작의 영화가 제작되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이야기와 소재가 잔뜩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흥행한 게임이 보유한 탄탄한 팬들을 공략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동명의 유명 게임을 영화화한 <언차티드>는 이러한 필요와 욕망, 흐름의 제일 앞자리에 선 작품이다. 전세계 시리즈 판매량 4천만장을 돌파하며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한 <언차티드> 시리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대표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첫 실사영화 <언차티드>는 게임의 방향에 충실하게(혹은 너무도 당연하게) ‘액션’, 그리고 ‘어드벤처’에 방점을 찍는다.

보육시설에서 형과 함께 지내는 네이선(톰 홀랜드)은 모험을 동경하는 소년이다. 형제는 언젠가 마젤란이 숨긴 보물선을 찾는 꿈을 꾸지만 경찰에 쫓기게 된 형은 홀로 먼저 떠나버린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네이선은 바텐더와 좀도둑질로 생계를 꾸려간다. 어느 날 트레저 헌터를 자칭하는 남자 설리(마크 월버그)가 나타나 형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며 함께 마젤란의 보물을 찾으러 가자고 유혹한다. 마젤란의 보물만큼 형의 소식이 알고 싶었던 네이선은 설리의 제안을 수락하고, 비밀의 열쇠를 쥔 십자가를 경매장에서 훔치기 위해 작전을 짠다. 한편 이탈리아 유력 가문의 후손 몬카다(안토니오 반데라스) 역시 오랫동안 마젤란의 보물을 찾고 있다. 몬카다는 자신을 방해하는 네이선과 설리를 처치하기 위해 용병을 고용, 이들을 추적한다.

<언차티드>는 그야말로 모험 어드벤처의 정석을 따라간다. 미션이 주어지면 각종 퍼즐 풀기를 통해 힌트를 얻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전형적인 게임의 구성이라고 해도 좋겠다. 얼핏 영화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어드벤처영화의 정석이라고 해도 좋은 방식이다. 애초에 원작 게임 자체가 <인디아나 존스> 등 여러 어드벤처영화의 영향을 받았던 만큼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모양새다. 톰 홀랜드의 경쾌한 애크러배틱 액션, 육체파 블록버스터 액션에서 잔뼈가 굵은 마크 월버그와의 호흡이 제법 잘 어울린다. 보물찾기가 주제인 만큼 스페인, 독일 등 로케이션을 통한 볼거리도 풍성하다. 한마디로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 정통 어드벤처영화의 정해진 레시피대로 조리한, 안전한 기획영화다.

여기까지만 보면 성공적인 영화화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원작 게임의 주인공과는 이미지적으로 상당히 거리가 있는 톰 홀랜드의 캐스팅부터 영화의 지향점을 잘 드러낸다. 한마디로 게임의 설정, 배경 등에 충실하되 좀더 대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지점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친숙함은 좋지만 자칫 눈높이를 낮춘 유치함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크다. 게임의 경우 캐릭터의 행동 자체가 개연성이 되어 설득력을 더한다. 플레이가 정교해질수록 설득력도 더해지는 구조다. 반면 영화는 인물들의 행동에 정확한 동기와 감정을 심어줄 필요가 있는데, 아쉽게도 <언차티드>는 이 부분을 간과한다. ‘모험을 한다’는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어지는 상황이 지나치게 헐겁고 작위적이다. 마치 안전한 곳에서 실패 없이 진행되는 방 탈출 게임을 구경하고 있는 느낌이라 영화의 필수적인 동력인 서스펜스, 그러니까 긴장감이 부족하다. 전반적인 완성도는 무난한 킬링타임 무비지만 전체적인 눈높이를 지나치게 낮춘, 안일한 기획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CHECK POINT

성공한 게임의 영화화

<언차티드>는 2007년 <언차티드: 엘도라도의 보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편의 시리즈를 낸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표적인 게임 타이틀이다. 이번 영화는 <언차티드> 1편보다 앞선 네이선과 설리의 만남 이전부터 시작하지만 중간마다 <언차티드4>의 장면까지 골고루 집어넣으며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험난한 영화화 과정

기획부터 완성까지 무려 10년이다. 제작 소식을 알린 2010년부터 최종 완성까지 무려 7명의 감독이 교체되었고 최종적으로 <베놈>(2018), <좀비랜드: 더블 탭>(2019)을 연출한 루빈 플라이셔가 메가폰을 잡았다. 원래 네이선 드레이크 역으로 캐스팅됐던 마크 월버그는 톰 홀랜드가 합류하며 빅터 설리번으로 배역이 바뀌었다.

정정훈 촬영감독

눈이 즐거운 이미지가 돋보이는 <언차티드>의 화면들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정정훈 감독의 솜씨다. <좀비랜드: 더블 탭>에서 루빈 플라이셔와 호흡을 맞춘 만큼 감독의 재기발랄한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애크러배틱한 액션과 창의적인 앵글은 영화의 즐거움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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