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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하트의 전쟁
2002-05-14

시사실/하트의 전쟁

■ Story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1945년. 미군 중위 토마스 하트(콜린 패럴)는 독일군에게 잡혀 연합군 포로수용소로 끌려온다. 미군 포로들의 지휘관격인 맥나마라 대령(브루스 윌리스)은 하트를 장교 막사가 아닌 사병 막사에 배치한다. 며칠 뒤 하트의 막사에 흑인 장교 둘이 배치되자, 실세인 베드포드 상사(콜 하우저)를 비롯한 백인 사병들은 불만을 드러낸다. 뒤이어 두 흑인 장교 중 하나가 모함을 받아 처형되고, 베드포드가 살해된다. 용의자는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또 하나의 흑인 장교 스콧(테렌스 대션 하워드). 맥나마라는 군법회의를 열고 하트에게 스콧의 변호를 맡긴다.

■ Review <하트의 전쟁>은 드라마의 방향을 끌어가는 사공이 많은 영화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투장면 하나 없는 만큼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전쟁영화와는 다르다. 기본 골격은 빌리 와일더의 <스탈라그17>이나 존 스터지스의 <위대한 탈출>처럼 전쟁 포로 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 여기에 독일군 포로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흑인 미군들을 한축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녹여내는 한편,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법정 스릴러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포로수용소라는 한정된 공간과 군인사회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하트의 전쟁> 역시 다양한 남자들의 캐릭터에 기대 드라마를 끌어간다. 국회의원 아버지의 후광 덕분에 실전 경험은커녕 서무 처리만 해온 신출내기 하트와 군인 집안 출신으로 자부심이 강한 베테랑 맥나마라, 냉혹한 수용소장의 이면에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상실감과 재즈를 즐기는 인간미를 지닌 독일군 대령 피서 등 적과 아군의 이분법을 넘어선 남자들의 대립구도는 구미가 당길 만한 포석이다. 특히 세 남자의 삼각 심리전이 펼쳐지는 재판은 <프라이멀 피어>를 연출한 감독의 저력을 감지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역시 사공이 너무 많았던 걸까. 미군 내에서도 엄존했던 인종 갈등이든, 카리스마가 있는 적수와의 팽팽한 대결이든, 어느 한쪽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편이 더 박력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라이멀 피어> <다크 엔젤> <프리퀀시>를 만든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은 전작에서 그래왔듯 이번에도 반전의 충격을 노렸지만, 꽤 조밀하게 쌓아온 여러 층의 긴장을 단선적인 영웅담으로 뭉뚱그린 마무리는 아무래도 맥이 빠진다. 빛이 바란 듯한 색채와 명암의 대비로 포로수용소의 암울함을 담아낸 촬영감독 알라 키빌로의 영상은 호평을 받았으나, 미국에서의 흥행성적은 2천만달러에 못미쳤다. 황혜림 blaue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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