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영국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으로 한때 ‘인간병기’라고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던 대니 미헌(비니 존스)은 승부조작 혐의로 축구계에서 퇴출돼 방탕한 생활을 하던 끝에, 음주 운전과 경찰 폭행으로 3년형을 살게 된다. 대니는 교도관들로 이뤄진 준프로 축구팀에 맞서 동료 죄수들로 팀을 꾸려 경기를 준비하지만, 교도관 팀에 거액의 판돈을 건 교도소장의 협박에 갈등하게 된다.■ Review 월드컵에 발맞춰 술집의 오전 영업을 허용하고, 교회의 일요일 예배 단축을 장려하는 나라, 무시무시한 폭력축구팬 훌리건이 1천명을 웃도는 나라 영국. 월드컵을 앞두고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축구영화 중에서 가장 먼저 영국의 <그들만의 월드컵>이 한국 극장가에 당도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그들만의 월드컵>은 국교의 경지에 이른 축구의 열기, 짠한 슬픔이 있는 <풀 몬티>식 코미디의 전통, 그리고 최신 패션이 된 가이 리치의 흔적까지 엿보이는, 대단히 ‘영국적’인 영화다.
<그들만의 월드컵>은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축구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성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교도소월드컵>을, 교도관과 죄수들의 대결 구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라스트 캐슬>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슈퍼스타에서 범죄자로 전락한 축구선수 대니 미헌의 내적 변화와 그 추이에 렌즈를 고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때 모든 걸 가졌던, 그러나 스스로 차버렸던 스타 플레이어의 뒤늦은 각성. 그리고 준프로 축구 팀원으로 활약중인 교도관들의 비인격적인 대우에 발끈한 죄수들이 대니를 중심으로 축구팀을 자체 결성해 맞붙는 과정이 또 다른 이야기축이다.
<그들만의 월드컵>은 버트 레이놀즈 주연의 74년작 의 리메이크. 폭력적이지만 신랄한다는 평가를 받은 원작영화와 달리, 리메이크는 오락으로는 무난하지만, 초점이 흐린 영화다. 원전은 할리우드영화이고, 감성은 영국 코미디 전통을 따르며, 스타일은 가이 리치(심지어 이 영화의 제작자다)를 본받았는데, 이들 셋이 잘 어우러지지 않는 느낌이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너무 전형적이라는 것도 감점 요인.
주인공을 연기한 비니 존스는 가이 리치의 영화에서 악당 역할로 얼굴을 알렸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영국의 프로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전직 축구선수를 주연으로 기용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제대로 된’ 축구를 보여주는 데 공력을 쏟았다. ‘스포츠의 본질’을 담아낸 90초짜리 나이키 광고를 통해 발탁됐다는 신예 베리 스콜닉의 야심도 그 이상은 아니었던 듯싶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