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게되는 조난자 둘 중 한명을 죽이는 것은 ‘이기적’인 본능을 드러내는 유일한 인물인 본이다. 정해진 시간 정상에 올라 첫 취항하는 자신의 항공사 비행기에 손을 흔들겠다는, 지극히 ‘세속적’인 이유로 산에 오른 본은, 오래 전 이미 산악인 몽고메리 윅의 부인을 조난중 죽인 전력이 있다. 이를 알고 있는 몽고메리는 애니를 ‘살리러’ 피터가 꾸린 구조대에 본을 ‘죽이러’ 동참한다. 다시 하나의 자일. 구조 중 한개의 줄에 여러 명의 사람이 매달리자, 몽고메리는 자신의 위쪽 줄을 잘라 피터와 애니를 살리며 자신의 밑에 있던 본과 함께 죽는다. “아버지에게 칼이 있었으면 아버지가 줄을 끊었을 것”이라며 피터를 위로하던 몽고메리의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피터는 3년 전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영화는 피터와 애니 남매의 화해를 보여주면서 ‘가족애’를 살려낸다.
해발 2만6천피트 고도의 K2 능선에서 벌어지는 조난과 구조의 이야기 <버티칼 리미트>는 7년 전의 <클리프 행어>보다 아찔한 스펙터클도 볼 만하지만, 위기에 처한 인물들간의 심리를 그려내는 드라마의 힘 역시 눈길을 끄는 영화다. 조난당한 사람들, 그리고 구조하려다 역시 조난당할 위기에 빠지는 구조대원들의 이야기에선 어딘가 <큐브>를 연상시키는 재미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최수임 기자sooeem@hani.co.kr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