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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코
2001-03-15

학교. 낮에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생동감으로 들뜬, 그러나 밤이 되면 모든 곳이 정적에 파묻히는 곳. 갑자기 쇳소리 섞인 웃음소리라도 들릴 것 같은 곳. ‘왠지 학교는 밤이 되면 무서워’, 당직을 돌던 선생의 말처럼 <하나코>는 학교라는 공간의 태생적 공포감을 자극한다. 귀신 하나코도 원혼이 아니라 그냥 ‘학교’에 깃든 악령이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학교마다 귀신 이야기는 하나씩 있다. 20여년간 학생들 사이에 전해오던 하나코 이야기는 책으로 엮어져 베스트셀러가 됐고, 다음엔 영화로 만들어졌다. 학교 화장실에 하나코라는 귀신이 있고, 그녀를 보면 죽는다는 소문이 돌자 아이들은 공포에 떤다. 왜 하필 화장실일까? 화장실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1인의 공간이자 밀실이다. <하나코>에서는 현실과 영계의 경계선이자 통로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학생, 사춘기의 입구에 선 해맑은 소년소녀들은 작은 일에도 금세 깔깔거리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그렇기에 다른 존재가 끼어들기도 쉽고, 삽시간에 공포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귀신은 없다는 선생, 어른의 권위도 먹히지 않는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등 <여고괴담>과 비슷한 점도 있다. 하지만 <여고괴담>이 학생의 인신과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교육의 공포를 정면으로 그리는 것에 비해 <하나코>는 공포 자체가 목적이다. 때문에 억압적인 교육이나 왕따 문제 같은 ‘현실’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대신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공포에 주력한다. 슬래시영화의 전유물인 날선 흉기나 잔혹한 살인, 피칠갑한 방이나 잘린 팔다리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환하고 현대적인 화장실, 새하얀 세면대, 반들반들한 거울이 공포를 부르는 주술사이다. 거기에 낡은 사당, 인형의 무표정한 얼굴, 사각의 불길한 계단을 잡는 카메라 앵글, 단순한 음계의 피아노와 첼로 선율이 은근하게 긴장을 고조시킨다. 의미심장한 코드는 없지만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안배된, 잘 만든 공포영화.

위정훈 기자 osc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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