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미군 특수부대의 윌라드(마틴 신)는 고향에 돌아갔다가 아내가 내민 이혼장에 도장을 찍고, 다시 정글로 돌아온다. 혼돈과 막연한 갈망에 시달리던 윌라드에게 떨어진 임무는 캄보디아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커츠 대령(말론 브랜도)를 암살하라는 것. 엘리트 코스를 달리던 커츠 대령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길을 택했다. 윌라드와 그를 캄보디아까지 수행하는 4명의 병사들은 전쟁의 심장부를 관통하며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윌라드 일행을 강 입구에 데려다주는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은 단지 서핑을 하기 위해서 한 마을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리고, 죽음의 냄새에 취한 병사들은 플레이걸의 위문공연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병사 두명을 잃고 커츠 대령의 거처에 도착한 윌라드는 마을 전체를 휘감은 광기에서 이상한 동질감을 느낀다.
■ Review
조셉 콘래드의 장편소설 <암흑의 심장>(1902)을 각색한 <지옥의 묵시록>(1979)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의도와는 조금 달랐다. 아카데미에서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촬영상과 음향상을 안겨주며 생색만 냈지만 칸영화제 그랑프리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탄 <지옥의 묵시록>은 상영시간이 너무 길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일부 장면이 삭제돼야 했다. 22년 만에 코폴라가 다시 편집한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는 몇개의 장면을 추가하면서 자신의 의도를 완전하게 되살렸다고 자평한, 새로운 영화다. 20년의 세월을 넘어선 걸작의 풍모는 여전하고, 초현실적인 내면의 여행을 둘러싼 광기어린 아우라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윌라드 일행이 킬고어의 서핑보드를 훔치는 장면, 연료교환 조건으로 바니걸들과 섹스를 나누는 장면, 자신들의 플랜테이션 농장을 고수하려는 프랑스인과의 저녁식사 등이 이번에 추가된 장면이다. 이 장면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베트남전쟁의 신화성이다. <어둠의 심장>을 각색하면서 코폴라가 염두에 둔 것은 ‘웅장한 서사극이자 신화의 탐구’였다. <지옥의 묵시록>은 지옥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너무나 비일상적이어서 신화적으로 느껴지는 사건들에 대한 내적인 고백인 것이다. 영화 전체에서 흐르는 윌라드의 독백은 사적인 토로가 아니라, ‘현대사회’에 대한 철학적인 분석이자 시구이다. <지옥의 묵시록>은 여전히 전율이 인다. 20년이 흘러도 여전히 끔찍한 ‘현대의 묵시록’이다.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말론 브랜도, <플래툰>의 찰리 신보다 훨씬 심오한 표정의 마틴 신, 사이코이지만 묘한 매력이 분출되는 로버트 듀발 등 명배우의 옛 모습은 물론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로렌스 피시번과 해리슨 포드의 촌스러운 과거도 만날 수 있다.
김봉석 기자 lotu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