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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센스>와 사촌지간, <스터 오브 에코>

공포 영화의 귀신계는 확실히 동세서점(東勢西漸)의 형국이다. 흡혈귀나 미라의 후예들이 놀던 자리에 이제 장화홍련형 유령들도 출몰하고 있으니. 생전의 한을 풀어줄 귀인을 학수고대하며 슬픈 넋으로 인간 세상을 부유하는 이 착한 동양계 귀신들은 이미 <사랑과 영혼>(1990) 때 유사종을 선보인 바 있으며, 지난해 <식스 센스>에 전격 출연해 서양인들의 얼을 빼놓았다. <스터 오브 에코>도 <식스 센스>의 흥행 퍼레이드에 가리지만 않았어도 꽤 각광받는 동양계 공포 영화가 될 뻔했다. 비슷한데 조금 모자라는 쪽이 늘 열등한 아류로 치부되는 과도한 수모를 당하는 법.

어느 쪽이 벤치마킹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스터 오브 에코>는 <식스 센스>와 사촌지간 정도로 보일 만큼 닮았다. 두 영화에선 모두, 어른보다 더 깊은 눈빛의 아이는 영혼들과 교류하고, 남자는, 아이보다는 한수 아래지만, 어느 날 영적 능력을 깨달은 뒤 낯선 세계와 조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 주위를 늘 원한의 혼령들이 배회한다. 특별한 두 인간과 영혼의 사이가 좁아질수록 위기도 고조된다. <스터 오브 에코>가 좀더 낡아보이는 구석은 있다. 청각을 후벼파는 음향과 진홍색의 조명으로 관객의 감각을 수시로 습격하는 방식이 그렇고, 튀는 피와 살의 공포와 혐오 효과를 놓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스터 오브 에코>는 이 고전적 기법을 남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고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미덕은 있다. 사소한 차이긴 한데, 소년의 눈이 너무 섬뜩해서 <식스 센스>가 아니라 <오멘>의 아이처럼 보인다.

<스터 오브 에코>를 좀더 예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건 평범한 중산층의 감춰진 악마성이라는, 공포 영화의 고전적 주제에 더 충실하다는 점. 정말 무서운 건 흉한 몰골의 유령이 아니라, 선량한 이웃들의 사악한 욕망과 냉혹한 이기심이다. 찬탄을 자아낼 반전의 묘미는 없어도, <스터 오브 에코>는 시시껄렁한 하이틴 공포 영화를 훨씬 뛰어넘는 구성의 힘이 있다. 늘 최상급에 한발 못 미치는 안타까운 배우 케빈 베이컨의 연기보다는 <쥬라기 공원> <미션 임파서블> 등의 일급 시나리오를 썼고 <트리거 이펙트>(1996)로 감독 데뷔한 데이비드 코엡의 연출이 더 돋보이는 편. 원작은 <트와일라잇 존>을 쓴 공포미스터리 작가 리처드 매트슨의 동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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