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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달러가 걸린 호러 게임, <헌티드 힐>
이영진 2000-04-04

죽음을 판돈으로 100만달러가 걸린 게임이 시작되었건만, <헌티드 힐>의 프라이스와 그의 아내 에블린은 느긋하다. 프라이스는 이 게임을 통해 이혼을 요구하는 에블린에게 색다른 이벤트를 선사할 수 있고, 또다른 삶을 꿈꾸는 에블린은 자신의 정부를 불러들여 이혼을 거부하는 남편을 죽일 수 있기 때문. 판을 벌인 프라이스와 짜고 치는 에블린, 여기까지 <헌티드 힐>은 스릴러 게임으로 몰고 갈 태세다. 하지만 <헌티드 힐>은 최종적으로 호러 게임을 선택한다. 헌티드 힐은 수십년 전 끔찍한 생체실험이 자행되던 정신병원이 있던 곳. 환자들의 난동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5명의 생존자를 제외하곤 모두 몰살당했던 사건이 있었고, 초대받은 이들이 모두 그 생존자들의 후손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자신들을 죽음의 게임으로 초대한 이들이 악령임을 알게된다. 호러 게임은 예기치 않은 상황을 서로의 계략으로 여겼던 프라이스와 에블린까지 죽음의 판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헌티드 힐>은 최근 할리우드 호러영화의 범상함을 떨치지 못한 영화다. 과장된 사운드를 등에 업고 화려한 디지털로 환생한 악령은 관객을 매번 기습하지만 관객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진 못한다. <에이리언1> <터미네이터2> 등으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세번이나 차지했던 스코텍 형제의 특수효과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게 흐르는 공포를 끌어와서 관객의 뒷덜미에 분사할 만큼 공격적이지 않다. 프라이스 부부의 갈등관계 등 여러 장르의 장치들을 조합해놓았지만 <헌티드 힐>이 제시한 연립방정식은 헐겁다.

<헌티드 힐>은 1958년 윌리엄 캐슬 감독의 <하우스 온 헌티드 힐>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50년대 저예산 호러영화를 주로 찍던 윌리엄 캐슬은 극장 앞에 앰뷸런스를 대기시키고 의자에 전기장치를 설치하는 등 요란한 홍보작전을 펼쳤던 걸로도 유명하다. <헌티드 힐>은 <매트릭스>를 제작한 조엘 실버와 <포레스트 검프>를 연출한 로버트 저메키스가 그의 이름을 딴 다크 캐슬 프로덕션을 차려 제작한 영화로 할로윈데이에 개봉한 역대 호러영화 중 최고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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