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콘스탄틴은 인간들과 섞여서 살아가는 악마의 혼혈종을 볼 수 있는 퇴마사. 천국행 티켓을 얻기 위해 퇴마사 일을 하고 있지만, 흡연으로 인한 폐암은 그를 서서히 지옥으로 끌어당긴다. 어느 날 그는 쌍둥이 자매 이사벨의 자살에 의문이 있다고 믿는 강력계 형사 안젤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는다. 악마들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받는 콘스탄틴과 안젤라는 이사벨이 지옥으로부터 남긴 메시지를 보게 되고, 그들이 인류의 영혼을 건 신과 악마의 노름판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콘스탄틴>의 원작은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던 DC코믹스 <헬블레이저>. 영국 리버풀을 무대로 하는 원작의 콘스탄틴은 더러운 트렌치 코트에 담배를 끊임없이 피워대며 걸쭉한 위트를 구사하는 퇴마사였다. 대서양을 건너면서 무대는 황량한 LA로 바뀌었고, 콘스탄틴은 깔끔한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말쑥한 세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는 원작의 거친 매력을 일정부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콘스탄틴>은 모든 장르의 괴이한 칵테일”이라는 감독의 말은 흥미롭지만, <엑소시스트>와 필름누아르 장르, 특히 <매트릭스>에서 가져온 이미지들이 나태하게 겉돈다.
클리셰로 가득한 <콘스탄틴>의 스펙터클이 생각만큼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얄팍하게라도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MTV 출신의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는 CG로 넘쳐나는 블록버스터 속에서도, 신의 손위에서 놀아나는 나약한 인간들을 추스려 담으려 했다. 천국행 티켓을 열망하며 폐암으로 죽어가는 콘스탄틴과 피붙이의 의문사에 고통받는 안젤라에게 거창한 사명감은 없다. 둘은 개인적인 구원을 위해서 싸우며 ‘멀더와 스컬리’ 같은 유사남매를 형성한다(게다가 결코 키스하지 않는다).
잘 캐스팅된 조연들은 인상적이다. 틸다 스윈튼(<올란도>)과 피터 스토메어(<어둠속의 댄서>)가 뻔뻔스럽게 천사와 악마를 연기하거나 자이몬 혼수가 전직 퇴마사로 등장할 때 영화는 실제보다 더 근사해 보인다. 반면 콘스탄틴의 도덕적이고 육체적인 고통을 전달하기에 키아누 리브스는 심각할 정도로 둔감하다. 얼굴 근육이 경직된 이 배우가 많은 장면을 지옥으로 빠뜨릴 때마다, 안젤라 역의 레이첼 와이즈가 열심히 천국으로 끌어올리려 애쓴다. 콘스탄틴이 마스크를 쓴 슈퍼히어로였다면 모두가 행복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