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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힘,<바람의 검 신선조>
막부에서 천황으로 권력이 이양되던 19세기 말의 일본. 쇼군을 지지하는 신선조에 가입한 하급무사 요시무라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자기만의 정의를 지켜낸다.

근대화의 물결과 함께 천황에게 권력이 넘어가던 막말(幕末) 시대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이 자웅을 겨루던 전국시대와 함께 일본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으로 꼽힌다. 모든 것이 혼돈이었고, 선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자문해야만 했던 일본의 19세기는 음모와 배신, 전쟁과 암살 등이 휘몰아치던 격동기였다. <바람의 검 신선조>는 막말에 등장했던 사무라이 집단 신선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감동적인 드라마다. 일본 각지에서 몰려든 사무라이들로 구성된 신선조는 쇼군을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개화파 유신지사들을 공격하고 참살하는 등 악명을 날려 ‘미부의 늑대’라 불리기도 했다.

<바람의 검 신선조>의 주인공은 모리오카에서 올라온 하급무사 요시무라 칸이치로(나카이 기이치)다. 초반에는 돈만 밝히는 시골뜨기 무사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고향에서 존경받는 검술 사범이던 요시무라지만, 가난한 번의 하급무사는 생계조차 제대로 영위할 수 없었다. 영주를 배신하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요시무라는 교토로 올라와 신선조에 가입하여 ‘돈’을 번다. 그의 덜떨어진 듯한 말투와 흐물거리는 웃음은,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기 위한 일종의 가면이다. 그러나 결국 시대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천황을 지지하는 세력이 신선조에서 떨어져나가고, 신선조는 패배가 예정된 싸움으로 나아간다. 이미 한번의 배신을 했던 요시무라는, 사무라이로서의 충성과 임무를 지킨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검을 버리지 않는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각색한 <바람의 검 신선조>는 드라마틱한 시대 상황 자체보다는 그 안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접근한다. <철도원>과 <파이란>(소설 제목은 <러브레터>)에서 이미 경험한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은 한없이 낭만적이면서도, 남성적인 강인함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나약하고도 고독한 삶이지만, 인간의 따뜻함을 결코 잃지 않으려는 갈망이 배어 있다. 자신의 정의를 위하여 살아가는, ‘살기 위해 죽인다’고 말하는 요시무라는 결국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황폐한 마음의 사이토 조장까지 감동시킨다. <비밀>과 <음양사>를 만들었던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원작의 남성적인 서정을,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연출로 부각시킨다. 때로 신파가 넘쳐나긴 하지만, <바람의 검 신선조>는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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