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TV토크쇼의 섭외담당자 제인(애슐리 저드)은 새로 입사한 프로듀서 레이(그렉 키니어)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 3년간 사귄 옛 애인을 만나고 온 레이의 태도가 영 심상치 않다. 레이의 마음이 한순간에 떠난 것을 느낀 제인은 홧김에 동료인 에디(휴 잭맨)의 집에 룸메이트로 들어간다. 어느 날 신문의 과학란에 실린 수소의 교미행태 기사를 읽게 된 제인은 ‘새 암소 이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Review
헤어진다. 이별의 아픔이 정신뿐 아니라 육체로도 전해져 아릿하게 가슴을 후벼판다. 서서히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이젠 의문에 빠진다. “왜 내가 차였지? 이유가 뭘까? 다른 여자가 생긴 걸까? 아니면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물론 이런 고민은 오래 가지 않는다. 저마다 시일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다치지 않는 방법으로 이별의 이유를 정리하기 때문이다. <썸원 라이크 유>의 제인 역시 이별 뒤 사랑의 실패요인을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수소들은 한번 교미한 암소를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동물 행태를 적용시키면서 자신이 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내가 ‘새 암소’에서 ‘헌 암소’가 되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수컷의 타고난 본능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동물사육>(Animal Husbandry)라는 로라 지그먼의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썸원 라이크 유>는 사람들이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에 매료되는 심리를 이용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중간중간 내러티브를 깨는 동물실험의 재연장면이나 장마다 제목을 다는 등의 형식상의 신선한 발상을 제외하고 이 영화를 통해 사랑에 관한 창조적이고 새로운 이론정립을 기대하긴 무리다. 영화는 싸우다가 정든다는 ‘개와 고양이 이론’이나 주변을 서성이는 남자가 알고보면 진실한 사랑이라는 ‘파랑새 이론’, ‘빅애플’이 떨어지는 뉴욕의 새해의 풍경 속에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받는 ‘뉴 이어 이론’ 등의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에 더 충실하기 때문이다. 하여 관객은 <썸원 라이크 유>의 ‘관람행태’를 처음부터 로맨틱코미디와 거리가 먼 것 같은 두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맞추는 편이 속편할 듯싶다. <더블 크라임> <아이 오브 비홀더>등 액션과 스릴러 장르에서 팜므파탈적 이미지를 풍기던 애슐리 저드는 팬티 차림에 치어리더 춤까지 출 만큼 사랑스러운 여자로 변모했고 <엑스맨>의 돌연변이 ‘울버린’, 휴 잭맨은 매일 밤 새로운 ‘암소’를 침대로 불러들이지만 알고보면 가슴아픈 실연의 상처를 안고 사는 부드러운 남자로 더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백은하 기자 luc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