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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루키
2002-09-23

■ Story

지미 모리스(데니스 퀘이드)는 어려서부터 야구 투수가 꿈이다. 그러나 군인인 아버지가 자주 이사하는 바람에 한 야구팀에 오래 있질 못한다. 급기야 학교나 동네 야구팀이 없는 텍사스의 한 마을로 이사를 가 정착한다. 20년 뒤 지미는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됐다. 그 사이 군에서 야구를 시작해 프로구단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어깨 인대가 끊어져 중단했다. 그가 감독을 맡은 야구팀 학생들이, 그가 무척 빠른 공을 던지는 걸 보고 다시 야구를 시작하라고 독려한다. 지미는 중년에 아이 셋의 아빠로, 마이너리그 선수선발에 지망한다.

■ Review

접었던 어릴 때의 꿈을 다시 살려 성취하는 인간 승리극. 식상하기 쉬운 이야기인데 작은 차이로 <루키>는 마음을 파고든다. 황량한 텍사스 벌판, 마을은 번듯한 야구장 하나 없고 가난하고 초라하다. 학교 야구팀 학생들은 이기려는 의욕이 없다. 지미가 말한다. "너희들 졸업하면 이곳의 유전에서 일하거나 타이어 수리공이 될 거다. 그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나도 그렇게 산다. 그러나 뭔가 다른 걸 원한다면, 너희들 마음에 꿈이 있다면 그래선 안 된다." 학생들이 되받는다. "감독님은 어떤데요? 다른 걸 보여주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에 우리가 우승할게요. 그러면 감독님이 보여주셔야 해요."

이 약속이 마음을 건드린다. 경쟁사회의 승자가 되라거나, 구체적인 지위나 결과물을 따내라는 게 아니다. 대를 이어오는 보잘것없고 단순한 삶이 뻔히 예견돼 풀죽은 청소년들이 같은 마을의 한 어른에게 몸소 꿈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돼달라고 부탁한다. 그 부탁의 대가로 학교대항 시합의 우승을, 그것도 선불로 지급하겠다 다짐한다. 그 앞에 태연할 수 있는 어른이 있을까.

<루키>를 꿈과 성취에 관한 영화로 보는 건 인색한 태도다. 그보다 이건 약속에 대한 이야기다. 세대간의 약속, 다음 세대가 최소한 절망하지는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학생들은 우승하고, 이제 지미의 차례다. 마이너리그 구단에 들어갈지를 두고 고민한다. 식구들의 생활비도 문제고, 그보다 젊을 때 어깨 인대가 끊어져 절망하던 지미를 지켜본 아내가 말린다. 매일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5∼6살쯤 된 아들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온 뒤 아내가 마음을 바꾼다. "아들에게 뭐라고 말하겠어요. 어떻게 꿈을 가지라고 하겠어요."

진솔하게 연출된 영화가 그렇듯,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가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갈등하는 지미가, 어릴 때 자신의 꿈에 대해 무심해서 미워했던 아버지를 찾아가 더듬거리며 충고를 구하고, 선수 선발장에서 자기 차례가 돼 아이 기저귀 갈다 말고 뛰어가는 모습 등 어쩔 수 없이 이어지는 세대간의 정을 잔잔하게 쌓아간다. 그러면서 황량한 텍사스 마을은 우리가 사는 지금 이곳이 된다. 지미가 마지막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건 덤이다. 임범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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