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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디 아이
2002-08-13

■ Story

문(안젤리카 리)은 각막이식 수술로 시력을 되찾는다. 그녀는 붕대를 푼 날 이상한 그림자를 본다. 병원에서 검은 그림자를 목격한 뒤 문은 환자로 입원했던 할머니가 숨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이후 문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연이어 목격한다. 자살한 아이의 혼이 그녀에게만 말을 걸고, 거리에선 교통사고로 죽은 아이를 만난다. 심지어 다리없는 여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까지 본 뒤 문은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다. 자신에게 각막을 제공한 여인에게 모든 해답이 숨겨져 있다고

여긴다.

■ Review

“난 죽은 사람이 보여요.” <식스 센스>의 주인공 대사 같지만 <디 아이>에도 비슷한 대사는 있다. 영화는 간단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제껏 세상의 풍경을 한번도 본 적 없는 이가 눈을 뜬다면? 그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이 죽은 자의 혼이라면? 아무도 그의 공포를 공감할 수 없다면? 소름돋는 공포의 순간이 다가온다.

<디 아이>의 문이라는 여성은 불행하다. 20여년을 살면서 단 한번도 자신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뒤 문은 거울 앞에 두려운 마음으로 선다. 그리고 정면을 쳐다본다. 스스로의 얼굴이 낯설다. 비디오 테이프에 기록된 어린 소녀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처음 깨닫는 순간에도 비슷한 두려움과 마주친다. 영화는 이렇듯 ‘본다’라는 행위에 내재하고 있는 근원적 공포를 테크놀로지와 의학기술, 그리고 초자연적 현상과 결부시킨다. 문은 거리에서, 서예 학원에서, 병원에서 죽은 자들과 마주친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줄 것을 호소한다. <디 아이>는 원혼들이 대화의 창구를 찾는다는 우리에게 친숙한 공포물의 세계를 다시 한번 열어 보인다.

<디 아이>의 영화 스타일은 공포물치곤 때깔이 곱다. 옥사이드 팡, 대니 팡 형제는 CF 촬영과 영화편집에 능한 연출자들이다. 이들은 <방콕 데인저러스>로 이미 국내에 알려진 바 있으며 홍콩 출신이지만 타이와 홍콩을 오가며 영화경력을 쌓았다. <방콕 데인저러스>에서 홍콩 누아르의 열혈 마니아임을 보여줬던 팡 형제는 <디 아이>에선 일본영화 <링>에 깊은 호감을 품고 있음을 고백한다. 저주받은 능력을 지녔던 여인과 그녀의 각막을 이식받은 여성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에 서게 된다는 것은 적잖이 흥미롭다. 다양한 원혼의 모습과 시각 디자인에선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새로운’ 것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건 영화 속 귀신들의 한숨섞인 사연이 너무나 우리에게 낯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익숙하고 친근한 소재로 팡 형제는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공포스릴러를 만들어냈다. <디 아이>는 <첨밀밀>을 감독한 진가신이 제작을 담당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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