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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직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우빈 2025-11-26

룸메이트 설희(여설희)와 화정(우화정)은 현실적인 고충을 안고 있는 20대 중반의 청춘들이다. 설희는 부상으로 육상선수의 길을 포기한 뒤 어떤 꿈을 가져야 할지 모르는 방황기에 있다. 화정은 취업에 매달리며 어엿한 사회인이 되길 원하지만 현실은 영 녹록지가 않다. 두 사람은 화정의 취업 성공을 일출에 빌기 위해 동해로 갑작스러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 계획이 점차 어긋나고 서로의 비밀스러운 속사정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둘은 싸운 뒤 각자의 길을 걷는다. 이 와중에 두 사람은 동해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 이야기의 갈래를 넓힌다. 과거의 상처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지안(서지안)의 서사도 여기에 자연스레 엮인다.

이광국 감독이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에서 만난 신인배우들과 함께 소규모로 촬영한 작품이다. 간결한 촬영 방식 속에 드러나는 자연스럽고 소탈한 청춘들의 반짝임과 활기가 두드러지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등진 세대의 불안과 방황, 청년들의 공통적인 트라우마가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감독의 전작인 <로맨스 조>처럼 복잡하고 독특한 내러티브의 구조가 두드러지는 작품은 아니다. 형식의 곁가지를 대담하게 쳐낸 대신 인물들의 정서에 더욱 몰두하고, 전문과 비전문의 경계에 있는 배우들이 주연인 만큼 캐릭터의 현실적인 뉘앙스를 키웠다. 다만 앵무새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동선이 교차하는 즐거움이라거나, 팬데믹 속 사회적 거리 두기의 아이러니를 활용한 코미디 등 이광국 감독 고유의 재기가 전반에 깔려 있어 영화의 무게 균형이 적절히 지켜진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지석 부문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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