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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트너의 성공이 결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란!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남선우 2025-05-21

그가 연출한 영화의 제목을 읊는 것만으로도 특유의 촉감이 전해진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6),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2022) 등을 만든 일본 감독 미키 다카히로 이야기다. <소라닌>(2010), <양지의 그녀>(2013)와 같은 초기작부터 줄곧 보드랍다 이내 촉촉해지는 청춘 로맨스 양식을 고수해온 그의 필모그래피를 뒷받침해온 서브 장르는 바로 판타지. 고양이를 사람으로 환생시키고, 두 연인의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면서 관객을 울려온 미키 다카히로는 평행우주를 배경 삼은 프랑스영화 <러브 앳>을 각색한 신작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로 다시 한번 장기를 발휘했다.

표제 속 ‘나’는 리쿠(나카지마 겐토), ‘그녀’는 미나미(미레이). 소설을 쓰는 리쿠와 곡을 쓰는 미나미는 같은 대학을 다니던 중 인연을 맺는다. 우연히 서로에게 각자의 창작물을 들킨 두 사람은 응원과 호감을 주고받다 부부로 발전한다. 하지만 한쪽의 성공과 함께 불화가 번진다. 작가로서 승승장구하게 된 리쿠가 제자리걸음하는 미나미를 소홀히 여기며 사이가 냉랭해진 것. 반복되는 다툼 후 아침을 맞은 리쿠는 기 작품의 영상화 회의를 위해 여느 때처럼 출판사로 향하지만 직원들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 모두 자신을 말단 사원 대하듯 굴고, 오랜 친구도 딴소리를 한다. 더 기이한 일은 회사 밖에서 벌어진다. 음반사에 데모를 보낼 용기도 내지 못했던 미나미가 화려한 스타가 되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미나미에게 얼떨결에 사인을 받은 리쿠는 그제야 이곳이 둘의 운명이 바뀐 평행세계임을 인식한다. 아내는 가수가, 자신은 출판 편집자가 된 현실도 혼란스럽지만 부부이기는커녕 타인이 되어버린 미나미가 그리워진 리쿠는 사랑을 되찾기 위한 묘안을 떠올린다.

다중우주의 상상력을 가져오긴 했지만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의 추는 판타지보다는 로맨틱코미디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세계관 설정에 공들이기보다는 연인을 잃은 남자의 후회와 반성이라는 정서에 기대어 서사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장면간 개연성을 따지기보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갈 때 영화에 만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니스의 보이그룹 섹시존(Sexy Zone) 출신 배우 나카지마 겐토,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배우 미레이가 발랄함과 진지함을 오가며 영화에 숨을 불어넣었고, 감독의 인장과도 같은 풍부한 조명이 두 사람을 양껏 비췄다. 미레이만의 음색이 돋보이는 음악에도 귀 기울여볼 만하다. 판타지로서의 설득력은 부족하고 로맨스로서의 스토리는 평이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만듦새의 일본 청춘물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정도의 싱그러움을 간직한 작품 이다.

close-up

원작 <러브 앳>의 여자주인공은 피아니스트지만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그를 스타 싱어송라이터로 변신시켰다. 미나미를 연기한 배우 미레이와 어울리는 각색이다. 2019년 가수로 데뷔해 도쿄올림픽 폐막식 무대에도 오르는 등 활약 중인 그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으며, 작중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삽입곡 을 직접 쓰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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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생을 살아봐> 감독 와누리 카히우, 2022

임신 테스트기에 한줄이 떴을 때의 우주와 두줄이 떴을 때의 우주가 나란히 펼쳐진다. 이에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여자의 삶도 두 갈래로 뻗어간다. 넷플릭스 영화 <두 인생을 살아봐>는 평행세계에 따른 소동이나 갈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직 한 인물에게 들이닥친 두 가능성이 어떻게 두개의 다른 삶을 낳을 수 있는지, 그럼에도 변치 않는 것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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