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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심하게 질문하는 호러. 공포에 떨다가도 숙고하게 만든다, <헤레틱>
정재현 2025-04-02

모르몬교 신도인 두 소녀 반스(소피 대처)와 팩스턴(클로에 이스트)은 전도에 한창이다. 눈보라가 치는 어느 날 이들은 산속 외딴집에 사는 리드(휴 그랜트)를 찾아가 그에게 모르몬교의 교리를 설파한다. 리드는 두 전도사를 환대하다가도 이따금 종교 전체의 작동 원리를 의심하는 질문을 던진다. 19세기 모르몬교의 일부다처제는 여성혐오적이지 않은가, 세상에 유일하게 참된 종교가 존재할 수 있을까 등등. 게다가 중년 남성 리드는 자꾸만 방 안에 있다는 아내를 소개하지 않은 채 소녀들과 한 공간에 존재하려 든다. 자못 꺼림칙함을 느낀 반스와 팩스터는 전도사의 본분을 저버린 채 리드의 집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헤레틱>은 <콰이어트 플레이스>나 <부기맨>을 통해 밀실 호러의 새 가능성을 입증한 작가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의 연출작이다. 공간적 한계를 시청각적 독창성으로 주파해낸 전작처럼, 이번 영화 역시 기발한 미장센을 동원하며 쉽게 잊기 어려운 공포감을 조성해낸다. 두 감독이 이 작품에서 택한 서스펜스의 원리는 ‘질문’이다. 리드는 자신이 설계한 불신지옥에서 두 열성 신도가 어떤 믿음의 길을 택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시험한다. 종교의 맹점을 파고드는 세심한 대사가 장르 규칙 안에서 흥미롭게 제시되는데 그중 몇몇 질문들은 관객을 공포에 떨게 하다가도 곧바로 숙고하게 만든다. 질문은 리드의 집에 들어가기 전 반스와 팩스턴의 거듭된 대화에서도 주요하게 활용된다. 질문하는 쪽과 답하는 쪽이 정해진 두 소녀의 구도가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그 양상이 어떻게 변주되는지 살피면 보다 영화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A24의 호러 명성에 부응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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