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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드라마는 능청맞게, 웃음에는 진지하게 임하는 앙상블, <로비>
김소미 2025-04-02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4)에 이어 하정우의 3번째 연출작이 10년 만에 개봉한다. <로비>는 국가 사업 입찰을 위한 두 스타트업 업계 대표들의 분투로 시작된다. 전기차 배터리 신기술에 매진하면서 실리콘밸리 유학 시절부터 우정을 맺어온 두 친구 창욱(하정우)과 광우(박병은)는 삶의 어느 국면에서 돌연 원수지간이 됐다. 수완에는 무지하고 연구에 몰두하는 창욱에게 여차하면 기술 탈취도 마다않는 광우는 타고난 사업가 이상의 기회주의자다. 하지만 대출금 상환 독촉을 코앞에 둔 시점에 더는 초연하기 힘들다. 창욱은 4조원짜리 국책사업만이 돌파구라 부추기는 김 이사(곽선영)와 뜻을 모아 입찰 경쟁에 뛰어들기로 한다.

이미 로비에 도가 튼 광우가 조향숙 장관(강말금)에게 접근하자 창욱은 장관의 최측근이면서 실세라고 알려진 최 실장(김의성)을 노린다. 영화의 주요 무대는 골프장 필드 위다. 하필이면 한날한시에 접대를 위해 골프장에 모인 라이벌이 각자가 준비한 작전에 몰두하는 것이다. 더럽고 치사한 광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데, 주인공은 한없이 어설프고 그 밖의 군상들은 지나치게 뻔뻔해서 실소와 탄식이 새어나온다.

경쟁하는 욕망과 목표, 그것이 부딪치는 결정적 상황과 한정된 장소까지. <로비>의 세팅은 선명하고 단출하다. 이 미니멀함은 영화의 몸집을 산뜻하게 만드는 동시에, 자칫 단조롭기 쉬운 구성을 조율하는 연출력의 리트머스지도 되어준다. 감독 하정우의 묘약은 다채로운 캐릭터 플레이임이 확실해 보인다. 회사, 골프장, 정부 부처, 음지 세력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배치된 인물들이 적소에서 캐릭터성을 발현해 주의를 이끌어나간다.

이합집산의 앙상블을 꾸리는 구심점은 우선 창욱이 주도하는 최 실장팀이다. 창욱이 최 실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섭외한 프로골퍼 진세연(강해림)과 최 실장의 동향 측근인 박 기자(이동휘)가 합심했는데, 최초의 공모와 달리 팀워크는 매번 대차게 삐그덕거린다. 생애 처음 어설프게 골프 특훈을 마친 창욱이 눈치 없는 초심자의 행운을 벗 삼아 번번이 최 실장을 앞서 나간 데다 세연이 끈적한 농담으로 사심을 채우는 중년 아저씨를 향해 급기야 큰 ‘한방’을 터뜨려서다. 한편 광우가 이끄는 조 장관팀은 부정부패의 촌극을 보여준다. 그린벨트 해제만을 바라는 골프장 대표(박해수)와 그의 파트너(차주영), 스폰싱을 약속받고 합류한 배우(시원)까지 뒤섞인 이들은 과음, 몰카, 폭력 사태를 불사하며 얼마 못 가 파투난다. 여기에 모두를 지켜보면서 역시 사욕을 채우는 데 능한 베테랑 캐디들, 영화 마케팅 단계에선 전면에 드러나지 않으나 사실상 영화의 다크호스라 할 수 있는 창욱의 사촌동생 호식(엄하늘)이 의외의 주역을 자처한다.

인물의 감정을 쌓아나가는 플롯의 기술, 장면화의 완성도 면에 있어서 <로비>는 의도된 투박함과 전형성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영화다. 드라마는 능청맞게 대하고 오히려 웃음 앞에 진지하다. <로비>의 중핵은 순간의 피사체로서 배우가 발현하는 개성, 그리고 이들이 오묘하게 한데 어울린 앙상블의 유희적 매력이다.

close-up

<로비>의 라이벌이 어떻게든 환심을 사보려는 대상은 마침 부부지간. 어디에 줄 설지 고심하는 이들에겐 “누가 진짜 결정권자인가?” 하는 질문이 중요해진다. 장관 조향숙은 꼭두각시고 실세는 혹시 그 남편인 기획실장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난무한다. 부부 빌런의 활약이 막강함은 물론 은근한 ‘비선 실세’ 풍자가 유효한 블랙코미디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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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독>, 감독 토드 필립스, 2016

<워 독>에선 경쟁 구도가 아니라 한팀이 되어 ‘로비’한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 정부의 군수 계약을 악용해 거액을 챙긴 두 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인 <워 독>은 무기 거래의 도덕적 딜레마와 출세욕을 경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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