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가정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중년 남성 히사(구사나기 쓰요시)는 오랫동안 문학 작가를 꿈꿨으나 대필 작가로 활동 중이다. 먹고살기 위해 남의 이야기를 써온 그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평범한 고등어 통조림 하나가 들어오고, 번득 어떤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든다 해도 그 여름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히사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기 시작한다. 때는 1986년 여름, 초등학생 히사(반카 이치로)와 타케(하라다 고노스케)는 같은 반이다.

타케는 매일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도 책상 위에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등 꿋꿋이 자기만의 세계를 유지하는, 조금은 독특한 아이다. 여름방학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히사에게 느닷없이 타케가 찾아와 돌고래를 보러 부메랑 섬에 가자고 제안한다. 히사는 엉겁결에 타케의 제안을 승낙하고 두 사람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는’ 모험에 나선다. 이 무모하지만 특별한 여정을 통해 돈독해진 둘은 여름방학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아무리 더워도 더운 줄 모를 만큼 신이 났던, 숨이 차오르면서도 마냥 행복했던 어린 시절 여름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따듯하고 무해한 가족 드라마이자 우정의 로드 무비이다. 영화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으나,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삶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주인공 히사가 초등학생 시절 친구 타케를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극의 전반부에서 히사와 타케가 친구가 되는 과정은 로드 무비 형식으로 그려지는데 대개의 로드 무비가 그러하듯 이들의 여정은 목적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고 두 사람은 고난을 함께 이겨나가며 우정을 쌓고 성장하고 꿈을 키워 나간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 서늘한 가을이 오듯 이들의 우정에도 오해와 생채기가 새겨지는데 그 시원섭섭한 마음 또한 포착한다.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일본 시골 마을을 겪어본 적 없을지라도 공감할 만한 보편적 유머와 휴머니즘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