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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피터 본 칸트’, 스스로의 천재적 ‘무게’에 짓눌린 주인공을 바라보는 재미

1972년 독일의 쾰른, 옛 애인 프란츠와 헤어지고 상심에 빠져 있는 영화감독 피터(드니 메노셰)의 아파트로 여배우 시도니(이자벨 아자니)가 찾아온다. 3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관계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헤어지기 직전, 시도니는 해외에서 만났다는 23살 청년 아미르(칼릴 벤 가르비아)를 피터에게 소개한다. 아미르에게 첫눈에 반한 피터, 그는 어시스턴트인 칼(스테판 크레퐁)이 바라보는 앞에서 아미르와 동거를 시작한다. 매력적이고 야심에 찬 아미르는 주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이용하고, 불과 9개월 만에 둘의 관계는 완전히 전복되고 만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알려진 영화 <피터 본 칸트>가 국내 개봉한다. 프랑수아 오종의 21번째 장편영화이자 ‘영화에 대한 영화’인 이번 작품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가 1971년에 쓴 희곡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을 각색해 만들어졌다. 오종이 파스빈더의 작업에 관심을 표한 것은 2000년 연출한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 이후 두 번째로, 이번 영화에서 그는 오마주에 덧붙여 자기 반영적인 태도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원작이 브레히트의 영향으로 소격효과가 강조된다면, 영화는 통속적이고 드라마틱하며 감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오종의 오랜 팬이라면 영화 곳곳에서 <서머 드레스>(1996)나 <8명의 여인들>(2002), <현모양처>(2010) 등의 이미지들을 쉽게 발견할 것이다. 미스터리와 공포, 불안의 감정이 유머러스한 텍스트 사이에서 발산되는 재기발랄함도 여전하다.

언뜻 20대 청년과 나이 든 거장과의 관계에 이야기가 집중되는 듯 보이지만 보좌 역할의 칼을 중심으로 ‘지배와 복종’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부각된다. 후반부에서 자제력을 잃고 폭주하는 피터의 모습은 흡사 ‘동료인 칼을 지배하다가 연인 아미르의 지배를 받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종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미니멀한 작업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제작된 결과물이다. 소수 정예로 구성된 스탭들이 세트장 한 장소에서,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조달한 자금으로 10일 정도 전체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독일을 모티브로 한 아파트 내부의 장식이나 마를레네 디트리히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과거 여성 스타들의 모습을 참고한 이자벨 아자니의 의상을 살펴보는 재미도 기대 이상이다. 아자니와 오종은 이번이 첫 공동 작업으로, 배우 특유의 연약한 외모와 신경질적인 움직임은 극을 더 아이러니하게 만든다. 한정된 장소라는 점 때문에 연극적인 느낌이 강조되지만 멜로드라마의 내부의 도식이 더 잘 전달된다는 것은 장점이다.

“알잖아 시도니. 인간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지만 함께인 것을 배운 적은 없다는 걸.”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말을 옮긴 대사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전한다.

CHECK POINT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1972)

1972년에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는 자신이 1년 전에 쓴 동명의 희곡을 영화화한다. 바로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이다. 파스빈더의 원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이며 패션 디자인 업계에 종사한다. 주요 배경이 되는 아파트 역시 뮌헨이 아닌 브레멘이다.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에서 어머니 역을 맡은 한나 쉬굴라는 원작에서 욕망의 대상이 되는 ‘모델 지망생’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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