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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잇소리', 누구나 공감할 법한 층간소음 문제는 시작에 불과
김수영 2022-10-12

위층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음은 대체 무슨 소리일까? 작가 지망생 은수(화영)는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찾으라는 조언에 따라 자신을 괴롭히는 층간소음을 주제로 시나리오를 쓰기로 한다. 윗집에서 나는 소리는 더이상 소음이 아니다. 수상한 윗집 남자를 추측할 단서이고 상상력의 재료가 된다. 윗집 남자를 관찰하다 의심이 깊어진 은수는 이윽고 미행과 도청까지 감행한다. 시나리오에 담을 만한 엄청난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은수는 일단 발로 뛰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윗집 남자 호경(박진우) 역시 자기 공간을 기웃대는 은수의 존재를 눈치챈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층간소음 문제는 시작에 불과할 뿐, 비밀을 숨기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사잇소리>는 <귀여운 남자>를 연출한 김정욱 감독의 신작이자 드라마 <청춘시대> <매드독>에서 활약한 류화영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다. 누구나 각자의 공간에서 소음을 만들고, 알게 모르게 서로 괴롭히고 괴로워하는 공동주택 풍경을 함축한 인트로 영상은 영화의 기대감을 배가시키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호경의 동선에 집착하는 은수의 절실함이 충분히 공감되지 않는다. 땀냄새 나는 글을 완성하기 위한 여정 속에서 은수는 정해진 답을 찾는 것처럼 윗집 남자를 쫒는 데에만 골몰할 뿐이다. 호경의 비밀을 추적하는 동안 은수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거나 스스로 도약하는 계기 없이 그저 직선으로만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추적 스릴러는 긴장감도 쾌감도 잃는다. 발로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글은 엉덩이로 써야만 완성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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