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본심에 오른 11명의 글들 중 예상했던 국내외 작가 감독들이나 문제작들에 대한 비평보다는 비평의 제재로 삼기에 다소 의아해 보이는 영화들에 관심이 갔다. 문제는 그 의아한 선택을 설득할 만큼 참신하고 도전적인 글들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 영화들의 무엇이 평론가 지망생들의 비평적 욕망을 자극한 것일까.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글들은 적었다. 대부분의 글들이 영화 안에서 독창적인 의제를 끌어내는 데 게을러 보였고, 그 의제를 자기만의 활력으로 밀고 가는 치열함도 떨어졌다. 비평의 대상이 될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과 직감, 의제를 설정하는 모험심이 평론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평작들로 가득했던 올해는 안타깝게도 최우수상 수상작을 내지 못하고 우수작에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 후보에 오른 김수, 김보년, 우혜경, 장슬기씨 중 심사위원단이 고심 끝에 뽑은 이는 우혜경씨다. 작가론으로 “오즈의 빈자리에 어떻게 앉을 것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론”과 작품비평으로 “‘아, 나의 사랑하는 자동기계여!’ 혹은 조르주 멜리에스라는 또 하나의 영화사: <휴고>”를 쓴 우혜경씨의 글은 자신의 사유를 조직하는 과정의 꼼꼼함과 성실함이 믿음직스러웠고, 다른 무엇보다도 영화적인 글쓰기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돋보였다. 다만 다른 후보작들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창의적이거나 신선하지 않다는 단점이 지적되었지만, 그의 글에 촘촘하게 밴 영화적인 감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밤잠을 설치며 당선 전화를 기다렸을 지원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실망하지 말고 내년에는 보다 용감한 질문들과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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