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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기자회견
2001-03-10

“지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처음 20분은 따라가기 어려웠고 상징과 구조가 너무 도식적인 면이 있으나, 분명 재미있으면서도 지적인 영화다. 2부(남북 병사의 교류를 묘사한 부분)가 베스트였다.”(30대 관객, 독문학 강사)

“스릴러로서도 말이 되고 흥미로운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를 지녔다. 아무리 화제성 소재를 다룬 영화라 해도 설정, 촬영 등 만듦새가 좋지 못하면 실패하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훌륭히 해냈다. <초급자를 위한 이태리어>와 더불어 아주 지역적이면서도 보편적 호소력을 발휘하는 경쟁작이다.”( 베를린 주재 기자 마이클 아들러)

지난 2월12일 낮 공식상영에 앞서 이루어진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화제 기자 시사는 수상 여부를 점치는 자리이기 전에, 온갖 국적의 관객이 한국 최고 흥행영화를 얼마나 즐기는지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였다. 결과는 객석 전체를 고르게 감싼 조용한 공감과 호감. 시사에 이어진 박찬욱 감독, 이은 제작자, 배우 이영애,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등이 마이크 앞에 앉은 기자회견에서는, 작품에 대한 정중한 찬사와 제작 배경 및 이번 영화제에 두편의 출연작을 출품한 배우 송강호에 대한 관심이 집중적으로 표현됐다.

■80년대라면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겠나.

박찬욱 감독(이하 박) 촬영에 들어갈 때만 해도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난해 남북 정상이 만남을 가지면서 이 영화는 도리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게 됐다.

■한국의 일부 지식인은 독일의 사례를 통일모델로 삼는다고 들었다.

박 그 문제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흡수통일은 원치 않는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북이 오직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무너지리라 본다면 오산이다. 북한은 통일 당시 동독과 달리 체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남북의 평화공존 단계를 먼저 상정하고 있다.

■실화에 기초했나.

박 실화는 아니지만 판문점에서 이러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병사들의 이름은 밝히기 힘들다. 개연성 있는 일이라고 해두자.

■배우들은 캐릭터 구현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나.

송강호(이하 송) 육안으로 상대를 볼 수 있는 지역, 즉 전방에서 군생활을 한 경험이 유용했다. 이런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정서적 축적은 배우들에게 이미 있었다고 본다. 없던 것을 창조해 연기했다기보다 정서적 이해와 리서치를 결합했다.

■<…JSA>는 최근 한국영화산업이 지닌 역동성의 정점을 보여주는 영화 같다.

이은 80년대 민주화 세대 일원으로서 대학 시절에는 정치적인 영화를 했고 결혼 뒤 대중영화를 만들게 됐는데, 베를린영화제에 소개된 적 있는 <접속> <조용한 가족> 이후 한국사회를 성찰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한국관객을 위해 만든 영화인데 국제적 관심까지 받아 기쁘다.

■정치적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비한국인 관객에게는 병사들의 우정이 발전돼 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어떻게 무거운 소재를 재미있게 소화했나.

박 사실 연출하면서 걱정한 것은 비극보다 유머였다. 이 유머는 한국인에게 특정한 것이라 외국인 관객에게 이해될 수 있을까 염려도 됐다. 2부 이후의 영화는 남북이 얼마나 다르고 같은가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유머만큼 좋은 장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 여배우의 사진을 애인이라고 보여주는 장면이 두 나라의 차이를 보여준다면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건배는 두 나라가 같은 게 있음을 말한다.

김태우(이하 김) 굳이 남한, 북한 병사라는 생각보다 마음맞는 젊은이들끼리 얼마든지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을 마음에 담고 연기했다.

■송강호씨는 예전에 <조용한 가족> <넘버.3>에서 코믹한 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소감과 이후 계획이 궁금하다.

송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연기자는 어떤 전형을 연기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희극이건 비극이건 작품에 ‘적절한’ 연기를 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미디가 <…JSA> 같은 연기보다 어렵다.

■북한에서 상영할 기회가 있었나.

이은 이 영화는 남한영화 가운데 최초로 정부승인을 받고 북한에 간 영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본다고 알고 보냈으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전적으로 남한 시각으로 찍은 영화라 북한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오 중사의 하극상은 북한사회에서 받아들이기 불가능할 것이다.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박 그것은 주로 소피와 관련해 중요한 질문이다. 재미있는 이중성은 소피는 수사결과를 공표하길 포기하고 떠났으나 그녀가 무심코 던진 단편이 이수혁을 자살로 몰고 간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나는 진실을 어디까지 밝혀야 하느냐는 거창한 질문보다 진실을 이용하고 왜곡하는 판문점이라는 공간의 성격에 집중했다.

베를린=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