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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쟝센은 언제나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향해, 우문기 감독이 들려주는 개막 특별 영상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제작기
정재현 사진 최성열 2025-10-17

어느 아침 아직 꿈속을 헤매는 딸(우주우)에게 아빠(우문기)가 낭보를 전한다. “미쟝센이 부활했대!” 미쟝센인지 미센쟝인지 알 바 아니고 오늘 유치원을 갈지 말지가 훨씬 중요한 딸은 어느새 등원은 잊고 미쟝센영화제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는 아빠의 인형극에 빠져든다.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이 제21회 미쟝센영화제의 개막 특별 영상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를 연출했다. 우문기 감독 또한 동세대 감독들처럼 미쟝센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하는 미쟝센 키드다. 그 자신이 단편 <이공계 소년><서울유람>의 연출로 두 차례 미쟝센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데 이어 제18회, 제19회 미쟝센영화제의 집행위원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처음 미쟝센에 갔을 때만 해도 전국에서 영화 잘 만드는 사람 다 모이는 곳에 지방 출신인 내가 가면 촌놈 소리 들을까봐 주눅 들었다. 그런데 딱 ‘고시엔’ 나간 기분이더라.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영화 친구들을 사귀며 개안을 했거든.” 그래서 제목이 지칭하는 ‘뉴 제네레이션 키드’의 범위는 무척 자유롭다. 미쟝센영화제의 수혜를 입은 우문기 감독과 올해의 집행위원 7인일 수도, 영화제의 문을 연 이현승, 김성수 감독일 수도, 장차 영화와 영화제를 사랑하게 될 작품 속 딸일 수도 있다. 영화 앞에선 누구나 신세대고, 영화제에 가면 누구나 마음만은 어린아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문기 감독이 모처럼 <씨네21>을 찾아 올해 영화제 개막 특별 영상의 제작기를 전했다.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의 제목은 페퍼톤스의 히트곡 에서 본떴다(우문기 감독과 페퍼톤스의 인연 또한 미쟝센영화제와의 그것만큼 깊다. <씨네21>1505호 참고). ‘인생은 길고 날씨 참 좋구나’라는 가사가 페퍼톤스 팬들 사이에서 마치 인생의 슬로건처럼 사용되는 곡이다. 이 가사를 미쟝센영화제에도 주문을 걸듯 적용해보자. 다시 돌아온 미쟝센영화제의 역사 또한 길게 우리와 함께하기를, 날씨 참 좋은 가을, 많은 관객이 다시 돌아온 영화제를 찾기를.

미쟝센영화제의 새로운 시작

그간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하던 우문기 감독은 이상근 미쟝센영화제 집행위원으로부터 개막 특별 영상 연출 제의를 받고 모처럼 디렉터스 체어에 앉았다. 리더필름 정도의 러닝타임을 생각했던 우문기 감독은 집행부와의 몇 차례 미팅을 통해 이번 개막 특별 영상의 주제가 ‘회고와 제언’에 있음을 알았다. “그간 영화제가 남긴 푸티지를 활용하려 했는데 제10회와 제20회에 기념 영상을 만든 이상근 감독에게 그건 자기가 다 했으니 미쟝센영화제의 ‘새로운 시작’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 들었다.” <뉴 제네 레이션 미쟝센 키드>는 그렇게 미쟝센영화제의 역사와 의미는 물론 앞으로 나아갈 길 모두를 짚는 영상을 만들라는 특명 아래 탄생했다.

파스텔 톤의 색감과 대칭구도, 어린이 주인공과 팝업북 형태의 인형극.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를 보는 동안 머릿속에 자동 연상되는 이름은 웨스 앤더슨이다. 대학생 시절 이원석 감독이 진행하는 ‘영상과 산업’ 강의에서 웨스 앤더슨을 처음 알게 된 우문기 감독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감독에게 빠져들었고, 작품을 만들 때마다 좋아하는 선배 감독의 미학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의 컬러 팔레트를 구성하는 커튼은 실제 우리 집 인테리어 소품이다. 반달과 보름달이 섞인 디자인인데 녹색 버전과 노란색 버전이 있어 분기마다 갈아 끼운다. 이번 작품을 찍을 때 노란 커튼을 달고 있었다. 그래서 작품 전체의 톤이 연노랑으로 맞춰졌다. 만약 녹색 커튼이었으면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신인배우 우주우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에서 관객의 시선을 훔치는 ‘키드’는 단연 배우 우주우(7)다. “으이구, 감독들이 뭘 알겠어. 영화 찍는 것만 알지”라며 혀를 차다가도 “그런데 ‘미쟝센’이 정확히 무슨 뜻이야?”라며 통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어린이다. 그는 누구도 몰랐겠지만 이 작품으로 데뷔했고, 누구나 짐작했겠지만 우문기 감독의 딸이다. “낯가림 없이 지나치게 밝은 딸을 보며 언제든 함께 어떤 프로젝트든 해보고 싶었다. 영화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가 배우 캐스팅과 로케이션 섭외 아닌가. 자연스럽게 딸과 우리 집이 떠올랐다. 미쟝센영화제에 대해 정보가 없는 딸이 영화제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 이에 답을 하며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더라.” 우문기 감독은 실제 딸과 보내는 유치원 등원 풍경을 이야기 뼈대로 삼았고, 이를 위해 일상에서 수차례 리허설을 가졌다. “등원을 위해 주우의 옷을 갈아입힐 때 대사를 맞춰봤다. 아침에 아직 잠에서 덜 깬 딸을 깨우며 무작정 대사를 시켜보기도 했다. (웃음)” 우주우 배우가 자기에게 주어진 수많은 대사를 소화할 수 있었던 때엔 그의 영화제 경험도 한몫한다. 7살 인생 동안 우주우 배우는 부모를 따라 수많은 영화제를 다녔고, 그중 부산국제영화제가 그의 ‘최애 영화제’라고 한다. “주우는 영화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는 배우다. 대사도 제대로 알고 뱉은 듯하다. “네이버와 오리온이 후원하는 영화제야”라는 대사를 연습한 이후 집에서 오리온에서 출시한 과자와 네이버 로고를 볼 때마다 ‘아빠 저거 미쟝센 아니야?’라고 되물을 정도다. (웃음)” 한편 독립영화 현장을 제대로 체험한 우주우 배우는 데뷔작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에게 은퇴 이유를 물었다. “연기가 재미없다.”(우주우)

든든한 지원군

우문기 감독은 공식 크레딧은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에서 연출, 각본, 연기, 미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그외에도 장소 협찬(본인의 집이다). 어린이 배우 현장 코디네이터(본인의 딸이다) 등을 비공식적으로 도맡으며 몸이 족히 7개는 필요했다. 이때 우문기 감독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작품의 촬영감독이자 <다섯 번째 흉추>를 만든 박세영 감독이다. 우문기 감독이 전고운, 임대형 감독과 함께 연기를 선보인 <다섯 번째 흉추>의 인연 이전에, 두 사람은 제18회 미쟝센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캐쉬백>이라는 작품이 ‘희극지왕’ 섹션에 올라 모두가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모두가 이 영화와 박세영이라는 감독에 대해 이야기했고 결국 박세영 감독은 미쟝센 편집상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미쟝센영화제의 트레일러를 연출하기도 한 박세영 감독은 미쟝센영화제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뛰어든다. 우문기 감독의 지원 요청을 받았을 때도 “돈 걱정 말고 부족한 인력은 내가 다 채우겠다”고 외치며 자신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동료들을 대동해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를 찍었다는 후문. 박세영 감독은 올해 영화제에도 ‘기담’ 섹션에 <괴인의 정체>를 출품했다.

우리 모두 ‘미쟝센 키드’다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엔 다양한 세대의 영화인이 등장한다. 미쟝센영화제의 태두라 할 수 있는 이현승, 김성수 감독이 행차하고 미쟝센영화제를 통해 꿈을 실현한 엄태화, 윤가은, 이옥섭, 장재현 감독이 목소리를 더한다. 만약 될성부른 시네필의 떡잎을 보이는 우주우 배우까지 포함한다면 이 작품엔 총 3세대의 영화인이 등장하는 셈이다. “이상근 감독이 제20회 미쟝센영화제 개막작 <미쟝센 웨이브>를 만들었을 때 러닝타임을 30분00초에 맞췄다. 30회까지 이 영화제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하더라. 그 의의를 이번 개막 특별 영상이 잇길 바란다.” 우문기 감독과 올해 집행위원으로 합류한 7인의 감독은 그야말로 ‘미쟝센 키드’다. “영화제 부활 소식을 듣고 이경미, 임필성 감독님이 ‘이제는 너희가 영화제를 꾸려가야지’라며 내 또래 감독들을 응원해주셨다. 우리는 미쟝센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단편영화를 찍던 세대니까. 미쟝센영화제에 작품이 진출하길 한없이 바라던 세대가 이제 영화제를 이끄는 중추가 된 것이다. 그런 우리가 주우 같은 또 다른 미쟝센 키드를 키울 수 있다.” 혹시 여러 이유로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인터뷰이들의 ‘B컷’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문기 감독은 김성수 감독의 일화를 전했다. “영화제 초창기에 김성수 감독님이 영상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재능이 보이는 학생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미쟝센영화제에 도전해볼 것을 권유하셨다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 학생들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영화제 뒤풀이에 오면 영화제에서만큼은 그들을 학생이 아닌 한명의 감독으로 깍듯이 존중해주었다고 한다.”

개막식을 찾아야 하는 이유

제21회 미쟝센영화제의 개막식은 10월16일, CGV용산아이파크몰 SCREENX관에서 열린다. 달리 말해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또한 개막식 당일 SCREENX를 통해 중앙 스크린은 물론 양쪽 벽면까지 총 3면에 영사된다.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는 SCREENX의 특성을 십분 반영해 만들어진 영상이다. “이를테면 ‘네이버’가 영화제를 후원했다는 사실이 뜨면 벽면 전체에 네이버를 상징하는 초록색 장막이 드리운다. 또 집행위원들이 양쪽 벽면에서 박수를 유도하는 구간이 있다. 칸이나 베니스 같은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프리미어 상영할 때마다 기립박수에 관련한 시간 기록이 보도되지 않나. 기립박수까진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 모든 관객이 함께 박수를 치며 미쟝센영화제의 부활을 축하해준다면 좋겠다. 극장만이 공유할 수 있는, 함께 영화를 보며 연대한다는 감각을 고양할 수 있는 일종의 의식이다. 개막식에 오는 분들과 다 같이 <러브 액츄얼리>(2003)를 찍는 거다. (웃음)”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의 하이라이트인 역대 영화제 사진의 몽타주 또한 3면 가득 펼쳐질 예정이다. “액션영화도 아닌데 3면이 필요할까 싶었다. 그런데 스크린과 양쪽 벽 가득 아카이빙 이미지가 걸리는 순간 미술관에 온 것처럼 지난 20년을 음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역시 아직 극장 시사를 못해 어떻게 나올지 몹시 궁금하다. 동시 생중계에선 이같은 즐거움을 누리기 어려우니 시간이 된다면 개막식을 찾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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