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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질문으로 그려보는 신OTT 지형도
조현나 정재현 2025-07-11

요금제부터 정부의 정책 기조까지, OTT 플랫폼의 확장과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을 살피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이후 OTT 시장은 어떤 새로운 꼴을 갖추게 될까. 현재 OTT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요금제 유형 및 효과부터 이재명 정부의 OTT 정책 기조, 라이브 스트리밍과 FAST TV를 기반으로 살펴본 OTT 플랫폼의 확장과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 이에 따라 창작자들이 체감하는 변화 등을 5개 주제로 나눠 살펴보았다.

1. 다변화하는 요금제, 그 효과는?

티빙 오리지널 <러닝메이트>

OTT 시장 경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다수의 OTT 플랫폼에서 요금제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두드러지게 도입된 것은 광고형 요금제(AVOD)다. 2022년 넷플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광고 협업을 발표한 뒤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화질과 접속인원 등 세부 변동을 거쳐 현재 ‘광고형 스탠다드’란 이름으로 요금제를 서비스하고 있다. 티빙은 2024년부터 AVOD를 도입했고 쿠팡플레이도 지난 6월15일부터 로켓 멤버십을 가입하지 않은 일반 회원도 광고를 관람하는 조건하에 무료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는 요금제를 도입했다. AVOD의 장점은 같거나 비슷한 조건의 타 요금제보다 할인된 가격에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는 구독료를 절감할 수 있으며 플랫폼으로선 신규 가입자 유치뿐만 아니라 광고주 유입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난 5월8일, CJ ENM이 2025년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티빙의 AVOD 가입자 비중은 39.2%까지 증가했다. 2024년 1분기 14.4%에서 2분기 20.2%로, 4분기 25.3%로 확대되는 등 AVOD 가입자 비중은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넷플릭스도 업프런트 행사에서 자사의 광고형 요금제의 전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94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OTT 플랫폼들은 AVOD 외에도 타 브랜드와 제휴 또한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SK텔레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휴를 맺었으며 티빙은 KT, 배달의민족과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가장 화두에 오른 것은 합병을 앞둔 티빙과 웨이브가 내놓은 ‘더블이용권’이다. 더블 슬림, 더블 베이직, 더블 스탠다드, 더블 프리미엄 등 총 네개의 이용권이 제공되며 티빙의 기존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는 더블 슬림 이용권에 포함된다. 티빙 및 웨이브 관계자는 “예상한 만큼 이용권에 대한 반응이 잘 나오고 있다”는 공통된 답변을 전했다. 정다연 웨이브 매니저는 “6월16일 더블이용권이 출시된 뒤 더블이용권의 일일 가입자 수준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데, 16일 전후로 일주일치 비교 시 더블이용권 상품을 포함한 웨이브 신규 유료가입자 수가 264% 증가했으며 구매 연령대는 30대, 40대, 20대, 50대 순으로 초반 여성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현재는 남녀 고르게 가입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또한 “기존 가입상품에서 더블이용권으로 갈아타는 구독자의 비중이 다행히 높지 않고, 최초 구매자나 재구매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콘퍼런스 콜에서 최주희 티빙 대표는 “규모감이 있는 파트너십을 통해 직접 가닿기 어려운 노년층과 농촌 지역 가입자까지 포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최소 20~30%의 가입자 상승을 꾀하는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OTT 플랫폼은 구독 모델 기반의 서비스 제공과 그에 따른 성장이 필요하고, 근 몇년 사이 광고형 상품 및 타사 제휴를 통한 구독 서비스의 효과가 가시화된 만큼 다양한 구독 상품의 개발은 앞으로도 활발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조현나

2. 새 정부의 OTT 정책 기조는?

7월1일 더불어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방송·콘텐츠 미디어분야 국정과제 제안서 언론 설명회를 가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넷플릭스의 <폭싹 속았수다>를 두고 “우리가 생산해서 수출했으면 얼마나 돈을 벌었겠느냐”라고 말한 뒤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디어 재원은 국내에 있지만 이를 활용한 수익은 해외 플랫폼이 독점 중인 현실을 지적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K-OTT의 본격적인 육성을 촉구한 것이다. 5대 문화강국을 표방한 현 정부의 OTT 정책은 어떤 기조를 띨까. 주요 쟁점을 정리해보았다.

OTT 전담 부처는 통합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위원장 이훈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소속, 이하 방송콘텐츠특위)가 서로 다른 미디어 정책 시행, 규제 기관을 미디어콘텐츠부로 통합하는 개편안을 제안했다. 현재 OTT 산업은 서로 다른 행정부처에서 담당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에 기반해 OTT 플랫폼을 규제하는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망 사업을 근거로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상진흥기본법을 바탕으로 문화콘텐츠의 일종이라 취급한다. 각 부처가 서로 다른 법률을 근거로 OTT 플랫폼을 분류해온 탓에 새 정책 추진 시 정책 반영 기한이 서로 다른 기준을 맞추느라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다는 문제가 주기적으로 제기되던 참이었다. 이에 방송콘텐츠특위는 6월26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방송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에게 방송·콘텐츠 국정과제 제안서를 전달했다. 방송콘텐츠특위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로 삼분된 미디어 규제의 통합안을 제시했다. 세부 방안으로 미디어콘텐츠부와 산하기구인 공영방송위원회를 설치하는 1안, 미디어콘텐츠부와 독립기구 공공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하는 2안, 현행 방송통신위원회를 확대하는 3안으로 나뉜다. 이훈기 위원장은 제안서를 토대로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K미디어가) 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7월3일 현재 국정기획위원회는 제안서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아끼고 있다.

망사용료 불공정은 해결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해외 플랫폼들이 망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 불공정 실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망사용료란 콘텐츠제공사업자가 KT, SK브로드밴드, LGU+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통칭 통신사)의 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티빙, 웨이브,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은 매년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납부 중이다. 반면 해외에 본사를 둔 플랫폼은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그 이유에 관해선 <씨네21> 1378호의 기획기사가 다각도로 분석한 바 있다). 이를 두고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2019년부터 3년여간 법적 분쟁을 벌였고, 2023년 망사용료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국내 OTT 플랫폼이 망사용료 등 비용 지급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한다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등장했다. 현 정부가 국내 OTT를 위시해 K콘텐츠 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 강화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선포한 만큼 망 이용 체계를 전면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현

3. 대세는 라이브 스트리밍?

넷플릭스 업프런트 행사에서 연설 중인 로저 굿웰 미국프로풋볼리그 커미셔너.

OTT 플랫폼의 기존 콘텐츠를 골라보는 시대가 저물고, 라이브 스트리밍의 새 시대가 올 것인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최근 OTT들이 자사 플랫폼을 경유한 라이브 스트리밍을 활발히 시도 중이다. 다양한 이벤트를 아우르지만 역시 가장 반응이 뜨거운 것은 스포츠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에서 치러진 제이크 폴과 마이크 타이슨간의 경기를 독점 생중계했다. 잦은 버퍼링 문제가 발생하긴 했으나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세계 6500만명이 해당 경기를 동시 시청했다. 뒤이어 넷플릭스가 연말에 생중계한 미국프로풋볼리그의 크리스마스 경기 또한 2700만명이라는 기록적인 시청자 수를 남겼다.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지난해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와 독점 계약했음을 알리며 “WWE는 이벤트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려는 넷플릭스의 목표에 부합하는 콘텐츠이며 우리의 새로운 광고 전략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데드라인>)이라고 전했다. WWE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WWE RAW>는 올해 1월부터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다. 그 밖에 Apple TV+가 메이저리그 베이스볼과 메이저리그 사커를, 티빙은 KBO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고 있다. 국내 OTT 플랫폼 중 일찍이 스포츠 중계권에 발을 들여 영역을 넓혀온 쿠팡플레이는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를 비롯한 축구, 농구, 풋볼, 골프, F1과 같이 한국에서 시청하기 어려운 모터스포츠 등 다양한 스포츠를 독점 방송하고 있다.

OTT 플랫폼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이브 스트리밍은 시청자가 콘텐츠를 선별해 관람하는 수고를 덜어주며 시청 시간 또한 길게 끌어낼 수 있다. 때문에 테드 서랜도스가 밝힌 것처럼 방송 중간에 광고를 끼워넣는 등 광고 수익을 내기 훨씬 용이하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경유한 광고 수익은 증가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성 혹은 기간제 독점 생중계권을 따내는 것에서 나아가 넷플릭스는 지난 5월18일, 프랑스 최대 민간 방송사 TF1과 계약을 진행했다.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2026년 여름부터 TF1의 드라마, 예능, 뉴스, 스포츠 등의 모든 방송을 라이브로 시청할 수 있다. 쿠팡플레이는 최근 스포츠패스 요금제를 신설해 전술한 해외 스포츠 중계를 유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제공하는 콘텐츠도 다양해졌는데 지난달 쿠팡플레이가 발표한 콘텐츠 라인업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프리미어리그와 미국 프로농구가 본격적으로 채널에 합류한다. 오는 7월7일부터 열리는 ‘2025 동아시안컵’의 모든 경기가 생중계되며 한일전과 같은 관심도 높은 경기 또한 실시간으로 방송된다. ‘프리미어리그 서머 시리즈’와 글로벌 클럽 프리매치, 그리고 쿠팡플레이 구독자들에게 꾸준히 반응이 좋았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도 돌아온다. 해당 시리즈에선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가 대결하는 ‘챔피언 매치’가 펼쳐진다.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 안에서 드라마, 영화를 포함한 스포츠, 뉴스 등 전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조현나

4. OTT 다음은 FAST TV?

삼성 TV 플러스

라이브 스트리밍을 확대하는 OTT 플랫폼의 시도에 맞서 FAST TV는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TV를 가리키는 FAST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첫째로 FAST는 중단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녔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기존의 TV방송 시청과 유사한 경험을 안긴다. 다시 말해 가입과 구독이 필요 없는 익숙한 형식의 서비스이므로 시청자의 접근성을 쉽게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FAST가 수백개의 채널을 무료로 지원하기 때문에 시청자에겐 선택지가 늘어나는 한편, OTT 플랫폼을 여러 개 구독할 때 느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셋째로 FAST는 선형적으로 콘텐츠가 방영되기 때문에 더 많은 광고 슬롯을 확보할 수 있고, 그만큼 광고 노출도가 좋다. 지난해 치러진 2024 국제 OTT 포럼에서 최용훈 삼성전자 삼성 TV 플러스 PM은 FAST의 이점 중 하나로 “특정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에게 타깃 광고를 할 수 있으며 그만큼 광고효과도 즉각적으로 측정하기 쉽다”는 것을 언급했다. 김조한 뉴 아이디 사업개발 이사는 “FAST는 따로 콘텐츠를 고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시청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이점을 갖고 있다. 또한 FAST TV 채널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협업하기 좋고 K콘텐츠들이 FAST를 통해 시청자 수가 확보된 북미 등에 진출하기 좋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시아에서는 일본, 한국, 대만 등에서 시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제로 미디어테크 기업 아마기가 글로벌 FAST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FAST 채널 시청시간은 전년 동월 대비 132% 증가해 북미(98%)와 유럽(83%)의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광고 노출 역시 130% 늘었다. 국내에서 FAST TV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삼성 TV 플러스는 지난해 기준 “약 30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전세계 월간 사용자는 8800만명에 달하고”(최용훈) 폭스 산하의 FAST 채널 ‘투비’는 지난 6월 칸 라이언스 페스티벌에서 투비가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억명, 시청시간 10억 시간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FAST 플랫폼은 기존의 방송과 OTT 플랫폼 사이의 틈새를 빠르게 공략하며 새로운 광고 시장과 K콘텐츠 진출의 새로운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 유럽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지역 FAST 시장이 빠르게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은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와 방송사들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어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OTT 플랫폼과 FAST 등의 K플랫폼을 육성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가파른 상승세에 힘입어 FAST는 OTT 플랫폼과 어깨를 겨룰 또 하나의 강력한 플랫폼이 될 예정이다. /조현나

5. 영화·영상 업계 창작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폭싹 속았수다>

영화·영상 업계 창작자들은 티빙, 웨이브 합병 이후의 OTT 시장 역학 구도를 어떻게 바라볼까. 먼저 생각해볼 문제는 시장 활성화 여부다. 제작비 폭등에 따라 작품 수와 투자유인 전부가 감소한 상황에서 각 작품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투자한 최소 제작비라도 리쿱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투자 자체가 손에 꼽게 줄어상황에서 국내 OTT간 합병이 지니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형 투자배급사의 상업영화와 OTT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 겸 작가 A씨는 내수시장이 쇠락한 상황에서 OTT가 수익 창출을 위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고, 이를 위한 배우진을 꾸리며 제작비가 수직 상승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호응이 없는 작품은 일괄 낙오되는 악순환의 반복을 지적했다. “작은 내수시장에서도 리쿱이 될 만한 기획과 그에 맞는 예산 규모의 작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기회 자체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OTT 산업은 이미 포화 상황이다. 특정 플랫폼의 독주 체제가 강고해진 지 오래고, 경쟁이 더이상 가시화될 수 없는 현실에서 합병만으로 시장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학원물 아니면 장르물. 국내 OTT에서 제작되는 작품들은 ‘OTT용 기획’으로 통용되는 시놉시스가 있나 싶을 정도로 편향되어 있다. 독립영화와 OTT 시리즈를 오가는 감독 B씨는 “예산 면에서 국내 OTT가 넷플릭스, 디즈니+와 대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정된 규모에서 확실한 타깃층을 포커싱하는 작품이 줄을 잇다 보니 다양성의 가짓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며 안일한 기획이 양산되는 이유를 정리했다. <씨네21>이 취재한 창작자들은 모두 ‘다양한 기획의 보장’이 OTT 시장의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라 역설한다. 레거시미디어가 유지해온 소위 ‘실패를 줄이는 대기업 방식’의 작품 제작 방식을 답습한다면 합병 이후에도 토종 OTT들이 거대 국제 기업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작품을 국내 OTT에서 만든 작가 C씨는 “작가들과 플랫폼 내의 프로듀서들이 우리도 <HBO> 같은 작품 만들어보자며 피칭을 해도 플랫폼 내 의사결정자들이 제작을 확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야기의 독창성을 발견할 줄 아는 프로듀서는 의사 결정 단계에 참여가 불가능하고, 정작 의사결정자들은 기획의 참신함이 아닌 ‘특정 배우가 출연을 확정했대’ 혹은 ‘우리 아들이 원작을 재밌게 봤대’ 등의 이유를 들며 제작을 확정”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무작정 예산을 투입해 K넷플릭스를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훨씬 적은 돈으로 해낼 수 있는 신진 창작자의 육성과 다양한 작품이 제작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극한직업>이 흥했을 땐 코미디 작가들이 호황이었고, <>이 잘됐을 때엔 호러 기획이 물밀듯이 이어졌다. <폭싹 속았수다>가 성공했으니 이를 모방한 가족드라마 기획이 앞으로 줄을 이을까 벌써 우려된다.” 상업영화에 입봉한 이후 OTT 시리즈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D씨 또한 “실질적 지원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뒤 “작품을 개발하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기획이 내실을 갖출 수 있도록, 해외 제작이나 현지 마케팅 등을 사전에 통합적으로 논의하도록 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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