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매쿼리 헬로.
최동훈 헬로. 아 유 오케이?
크리스토퍼 매쿼리 예스, 아 임 오케이.
최동훈 이런 영화를 찍고도 몸이 괜찮아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촬영이 끝나고 나서 좀 안도감을 느꼈죠.
최동훈 제가 영화 보면서 매쿼리 감독님은 몸에 있는 모든 에너지와 정신을 탈탈 털어가면서 찍었겠구나 하고 느꼈어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네, 맞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들고 싶었던 모든 영화, 다른 영화에서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이번에 해냈습니다.
최동훈 매쿼리 감독님은 한국 관객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들을 찍으셨거든요. 톰 크루즈와 함께 찍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그렇지만, 제가 정말 뵙고 싶었던 이유는 <유주얼 서스펙트> 때문이었어요. 히치콕 감독 이후로 그처럼 훌륭한 시나리오는 본 적이 없습니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와우, 정말 과찬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최동훈 <유주얼 서스펙트> 시나리오 쓰실 때 어떤 영감에서부터 시작했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유주얼 서스펙트>는 제목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처음 영화 컨셉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읽은 잡지의 기사 제목이 바로 ‘유주얼 서스펙트’였어요. 그 이름이 영화의 좋은 제목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영화 제목을 정한 뒤 포스터를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을 구상했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역순으로 작업했죠.
최동훈 저도 아마 거꾸로 쓰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정확히 보셨어요. 영화 속 모든 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결말을 위해서죠.
최동훈 한국에 도시 괴담처럼 떠도는 얘긴데, <유주얼 서스펙트>가 상영될 때 극장 앞에 서 어떤 아저씨가 영화를 보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 앞에서 “카이저 소제는 절름발이다!”라고 외치고 도망갔다는 아주 유명한 얘기가 있어요.크리스토퍼 매쿼리 저도 그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요. 제가 들은 또 다른 괴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그 영화를 프랑스에서 봤는데, 놀라운 엔딩으로 끝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로 영화를 보고 싶었답니다. 타란티노 감독이 티켓을 구매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버스 옆에 붙은 <유주얼 서스펙트> 포스터에 누가 범인인지 알려주는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웃음)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 티켓을 구매하기도 전에 스포일러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캐릭터가 없다면 액션은 스펙터클에 불과하다”
최동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파이널 레코닝>) 얘기로 들어가서, 불만이 하나 있다면 이 영화 러닝타임이 너무 짧다는 거예요. 4시간이었어도 그냥 봤을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그렇게도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정말 원한다면 5시간 분량으로도 만들 수 있었죠.
최동훈 저는 <미션 임파서블> 1편을 굉장히 좋아했었거든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했던 것을. 그리고 언제나 1편이 최고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는 <파이널 레코닝>이 최고의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크리스토퍼 매쿼리 와우, 정말 큰 기대에 부응해야 했는데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동훈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데드 레코닝>)을 볼 때 일사가 죽고 마음 한쪽이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인생에서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죠.
최동훈 <파이널 레코닝>을 보고 나선 그것이 마치 사람들이 사는 인생처럼 느껴졌어요. 떠나간 사람을 기억하거나 죄의식을 갖고 살지만 그레이스란 새로운 사람이 인생에 들어오면 파트너로 받아들이죠.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상실은 항상 에단 헌트 스토리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첫 번째 영화부터 그는 팀원 전체를 잃죠. 에단은 사랑하는 인물들을 거의 매편 잃었습니다. 상실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공식이 됐어요. 아무도 상실을 경험하길 원하지 않지만, 상실은 에단 헌트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면서 이 임무를 수행하는지 보여줍니다.
최동훈 지금 말씀하신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니라 울림이 있고 감동이 있었어요. 에단 헌트와 친구들을 보면서 ‘액션영화가 이렇게 멋있다니!’, ‘이렇게 가슴을 울릴 수 있다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느끼셨다는 감정이 저희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액션은 중요하지만, 관객이 캐릭터에게 관심이 없다면 스펙터클에 불과하죠.
최동훈 맞아요. 캐릭터들이 머릿속에 너무 오랫동안 남는 거예요.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언제나 찍기 어렵잖아요. 이 영화의 엔딩을 보고 ‘이제 저 사람들을 못 볼 수도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흥미로운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에 왜 애정이 가는지 생각해보면, 각본가이자 연출가로서 인정받고 싶지만 결국 배우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냅니다. 우린 캐릭터를 쓰고 난 뒤 배우를 찾은 게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들을 섭외하고 그를 위한 역할을 만들었습니다. 감독님이 영화에서 본 캐릭터의 면면은 배우들이 어떤 사람인지, 화면에 어떻게 담기는지 등 제가 배우에 관해 공부하고,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에 맞춰 캐릭터를 세밀하게 조정한 결과입니다. 캐릭터는 영화를 찍는 내내 계속 진화하고 변합니다. 드가(그레그 타잔 데이비스), 파리(폼 클레멘티에프)의 캐릭터 변화를 보면, <데드 레코닝>과는 많이 달라졌죠. 사이먼 페그와 저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부터 함께했는데 저희가 합의했던 것이 있어요. 캐릭터가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주의해야 하는 건 캐릭터가 진화해가더라도 우리가 처음 그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던 매력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그 배우들이 어떤 것을 해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을 얼마나 수용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린 모험도 좀 했습니다. 왜냐하면 배우들은 처음에는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거든요. 끝에 이르기 전까지는요. 출연진은 일본에서 처음 시사회를 하기 전까지 영화를 못 봤습니다. 그들이 한 일들이 어떤 결과로 탄생했는지 몰랐는데 모두 결과물을 좋아했죠.
최동훈 배우들이 너무 좋아했을 것 같은데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헤일리 앳웰 배우의 경우,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았지만 촬영 영상을 시사 전까지 아주 조금만 봤거든요. 스토리에 자신이 얼마나 몸담았는지, 얼마나 자신이 긴장했는지, 어떤 결말인지 알았지만 시사회에서 보면서 그의 반응을 보는 게 참 좋았습니다.
최동훈 말씀하신 중요 캐릭터들도 좋은데, 한명 한명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윌리엄 던로가 나올 때, ‘나 저 사람 어디서 봤는데 누구지?’ 하다가 알아냈을 때 쾌감도 그렇고 던로와 살고 있는 이누이트족 여성을 봐도 너무 좋은 캐릭터였어요. 그곳을 찾아온 흰옷을 입은 러시안 장교도 너무 흥미로운 캐릭터였어요. 항공모함 함장도, 잠수함 함장도 너무 좋았어요. 특히 저는 잠수함 함장의 목소리가 무척 좋았어요.
크리스토퍼 매쿼리 그렇게 느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풍성하게 스토리에 녹아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합니다. 매 캐릭터가 스토리 안에서 감정적 서사를 겪게 되죠. 어떤 한 캐릭터도 그저 정보 전달이나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장치가 아니고 각자의 감정적인 전개가 있고 감동적으로 스토리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캐릭터가 에단의 동료든 적이든 상관없이요. 우리한테 중요한 건 글로벌한 스토리가 되는 겁니다. 한 국가의 관점에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엮여 있는 모든 국가가 위험에 빠진 것이잖아요. 한편이 옳고 다른 편은 나쁜 게 아니죠. 그게 바로 시작점이었습니다.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건 스토리를 배우들이 수용할 수 있어서이며 이런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두 영화를 촬영하는 데 7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런 긴 시간 동안 배우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한 것이 화면에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