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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강할수록 시리즈도 진화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최강 빌런들
김경수 2025-05-23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오락물에 그치지 않고 제작 당시 전세계 관객이 느끼는 공포에 호응해왔다. 이 영화 속 빌런은 에단 헌트에 뒤지지 않는 막강한 힘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아가 우리가 맞서야 할 악을 표상하고 있다. 시리즈의 역대 빌런들을 모아 소개한다.

<미션 임파서블> - 짐 펠프스(존 보이트)

처음엔 믿음직하고 카리스마 있는 IMF 팀장으로 등장한 짐 펠프스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빌런의 원형이다. 그는 오랜 기간 국가 정보기관의 스파이로 활동하다가 국제적인 테러리스트로 전락한다. 속편에 등장할 수많은 빌런도 대부분 이런 경로로 악에 물든다. 짐 펠프스는 유진 키트리지를 모함할 때 냉전이 종식된 후 퇴물 신세가 된 자신의 처지를 드러낸다. 이런 설정은 <미션 임파서블>이 개봉할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냉전이 한창이었던 1966년에 제작된 동명 TV드라마의 극장판이다. 원작은 줄스 다신의 스파이영화(<토프카피>)와 매카시즘의 후유증이 담긴 음모론 스릴러 장르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과 소련이 충돌했던 냉전 당시만 해도 스파이는 대의를 지키는 영웅으로 그려졌으나 이제 그들은 유령 같은 존재가 된다. 짐 펠프스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무기상 맥스(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손잡고 테러리스트로 거듭난다. 그의 행보는 지정학적 질서가 자본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한 세계화의 흐름과 맞물린다. 맨얼굴로 적을 속이는 짐 펠프스는 가면으로 적을 속이는 에단 헌트의 데칼코마니이자 적수다. 참고로 짐 펠프스를 연기한 배우 존 보이트는 트럼프의 참모로 활동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3> - 오웬 데이비언(필립 시모어 호프먼), 존 머스그레이브(빌리 크루덥)

오웬 데이비언은 에단 헌트의 소중한 사람을 노려 그의 심리를 쥐락펴락한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침착함을 유지했던 에단 헌트는 제자 린지(케리 러셀)가 죽은 후 분노에 휩싸이며, 아내 줄리아(미셸 모너핸)가 납치된 후에는 위험한 작전을 감행한다. 오웬의 강렬한 존재감은 육중한 덩치와 분노 외에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 같은 성격에서 비롯된다.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명연기는 오웬의 악랄함에 생생함을 더한다. 이런 점에서 타인의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한 에단 헌트의 적수가 된다. 이 영화의 빌런을 논할 때 오웬과 손잡은 IMF 작전팀장 존 머스그레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정체불명의 무기인 토끼발을 중동에 설치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미션 임파서블3>는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3년 뒤인 2006년에 제작되었다. 영화는 토끼발을 통해 이라크전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의 허구성을 그렸고, 나아가 미국인의 뒤틀린 애국심과 패권주의를 풍자한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 커트 헨드릭스(미카엘 뉘크비스트)

2011년 제작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그간 정치적인 갈등을 암시적으로 그려낸 시리즈와 본격적으로 다른 길을 걷는다. 커트 헨드릭스의 존재는 이 시리즈가 정치적인 갈등보다 무법 지대에서 암약한 IMF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과 시대정신을 그려내는 시리즈로 변화하는 분기점이 된다. 캐릭터의 성격만 보았을 때 커트 헨드릭스는 ‘007 시리즈’의 빌런에 가깝다. <미션 임파서블>의 빌런은 두 세력간의 갈등 상황을 은연중에 조장하고 금전적 이익을 얻는 데 골몰했다. 반면 커트 헨드릭스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속 악당처럼 핵전쟁으로 세계가 멸망한 후에 재생해야 한다는 묵시록적인 신념에 따라서 행동한다. 커트 헨드릭스는 처음 IMF의 존립을 흔든 빌런이기도 하다. 그는 작전을 수행하던 에단 헌트의 통신서버를 해킹해서 그를 크렘린궁 테러의 주범으로 몰아세운다. 고스트 프로토콜이 발동돼 IMF는 지구상에 없는 단체가 된다. 에단 헌트를 주축으로 한 IMF는 이후로 존재의 의의를 시험당하며, 에단 헌트도 정부의 신뢰를 잃게 된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과 신디케이트

테러 조직 신디케이트의 수장인 솔로몬 레인은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통제광이다. 에단 헌트와 첫 만남에서 그는 IMF의 미션 브리핑을 모방해 에단 헌트를 유리창에 가둠으로써 IMF를 훤히 꿰뚫고 있음을 경고한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가짜 뉴스와 탈진실 문제가 부상하기 시작한 2015년에 제작되었다. 신디케이트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당시의 혼란을 반영한다. 신디케이트는 사망으로 처리되었음에도 살아 있는 요원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짜 뉴스를 보는 듯하다. 신디케이트가 안티 IMF로 불리는 점도 흥미롭다. 두 조직 모두 법의 테두리 밖에서 유령같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신디케이트는 IMF의 위험과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IMF를 윤리적인 시험대에 올린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 어니스트 워커(헨리 카빌)

신디케이트의 잔당은 솔로몬 레인이 체포된 후 아포슬이라는 점조직으로 활동한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자행하던 아포슬을 고용한 빌런이 어거스트 워커다. 그는 CIA 특수활동부 암살 요원으로 위장하고 에단 헌트와 작전에 동행한다. 그는 내부의 첩자라는 점에서 짐 펠프스, “고통 없이 평화는 없다”라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핵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점에서 커트 헨드릭스와 비슷하다. 다만 그가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에단 헌트보다 젊은 빌런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그가 유일하게 미래 세대를 반영한 빌런이기 때문이다. 어니스트를 기점으로 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다가올 위험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2018년 트럼프 집권 이후 제작된 영화로 어니스트의 행보는 트럼프 시대의 정신을 반영한다. 국제 정치 질서를 부정하고 미국 패권주의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어니스트의 사상은 트럼프의 외교정책과 공명한다. 거기에 현실주의자를 자처하며 힘의 논리를 숭배하는 그의 냉소주의적 태도는 대안-우파 세계관과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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