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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의 자연주의에 주목하라, ‘배창호 특별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마스터클래스를 가다
남지우 사진 오계옥 2025-05-19

5월3일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에서 배창호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전주국제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영화 <배창호의 클로즈 업> 공개를 계기로 마련한 ‘배창호 특별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박장춘 감독과 배창호 감독이 공동연출한 신작 다큐멘터리는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15년 전 최신작”인 <여행> (2009)까지의 국내외 촬영지를 방문해 배창호의 영화 세계를 조명하는 에세이영화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부터 특별전 상영작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황진이>(1986), <>(1990)의 GV에 참석하며 전주에서 바쁜 일정을 이어간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문석 프로그래머) 배창호가 관객들을 만나 ‘자연’과 ‘사랑’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한국영화에 몸담아온 지난 43년을 돌아보았다.

마스터클래스 진행을 맡은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대학생 때 극장에서 <꼬방동네 사람들>을 봤을 때는 그 정도의 영화인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빈민운동가 이동철이 쓴 동명의 기록담을 원작으로 한 데뷔작은 29살 신예감독에게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을 안겼으며,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상자료원과의 대담에서 ‘최고의 한국영화 20편’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배창호는 80년대 영화제작 환경과 분위기를 회고했다. “당시에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라면 영화로 기획이 되곤 하는 일련의 공식이 있었다. 작가의 전작 <어둠의 자식들>이 큰 인기를 얻은 덕분에 그의 차기작을 영화화할 수 있었다. 20대의 ‘위업 과잉’ 시기에 사회성이 충만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검열부에서 시나리오를 사전검열하던 시기였기에 영화의 제목부터 내용까지 이런저런 간섭을 받기도 했지만, 끝내 내가 원하는 바를 관철하려 노력했다. 서울에서 단관 개봉한 뒤 지성파 관객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한 데뷔작이 됐다.” “첫 작품이 실패하면 미련 없이 영화계를 떠나려고 했다”는 배창호 감독은 데뷔작의 성공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관음증을 소재로 한 영화 <적도의 꽃>(1983)은 80년대 영화계의 “원작 최인호-배우 안성기-감독 배창호”라는 트로이카 체제의 시작점이 되어준 작품이다. “대종상을 받은 이후 19개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받아보았다. 최인호 작가의 명성에 비해 <적도의 꽃>은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주인공 미스터 엠(안성기)의 익명성에 매력을 느껴 심리 스릴러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배창호의 대학 연극부 선배였던 최인호는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원작을 얼마든지 바꾸어 영화화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굉장히 엉뚱하면서도 돈키호테적인 사람이었다”는 위대한 작가는 배창호 감독의 첫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뚱뚱한 여우가 나타났구나.”

배창호 감독은 자신의 에세이영화 <배창호의 클로즈 업>은 ‘안성기의 클로즈업’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라 할 정도로 자신의 영화 세계에 한 배우가 끼친 영향을 강조했다. 18작품 중 13편을 함께한 배우 안성기는 “이전 작품에서 이미 다음 작품에 대한 의사소통을 시작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굴비와 굴비 엮거리처럼” 지독하게 붙어다녔다는 두 사람. 실은 감독이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었던 배창호에게 안성기는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으며, 이장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이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 주연으로 안성기를 추천하여 그가 아역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투병기를 보내고 있는 그를 언급하며 배창호 감독은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위로를 전했다.

이날 마스터클래스는 국내외 관객들의 고른 관심을 받으며 80년대 한국영화가 다다를 수 있는 지도상의 위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폴란드의 영화평론가 마그달레나 니에시비에츠는 “80년대 한국영화 특유의 역사성과 사회적 텐션에 주목해 영화를 봐왔었다면, 이번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그의 자연주의를 새롭게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헝가리의 영화평론가 테레즈 빈체는 “90년대 이후의 한국영화는 해외에도 잘 알려져 있는 한편, 70~80년대 영화들은 접하기 어려워 이런 기회가 소중하다”고 말하며 영화제 방문 이유를 이번 특별전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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